각종 화재안전설비 신뢰성 확보위해 실물구조 실험위주 연구는 필수 요건

어떠한 상황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러한 건축물을 실현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사후 대처방안을 확보하기 보다는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건축 계획·재료·설비·시공·유지관리 등 화재안전에 대한 고려가 설계단계에서부터 종합적으로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화재안전에 대한 건축계획의 적정성은 실험을 통한 분석이 가장 합리적이며, 건축재료나 소방설비 등은 개별적인 성능평가도 가능하기는 하나 이러한 개별적인 평가보다는실제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선진국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화재안전기준을 도출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성능기준을 제정하고, 오래전부터 실물규모의 실험이 가능한 시설을 구축하여 그 실험에서얻은 결과를 설계 및 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미 개발된 기술에 대해서는 신뢰성 실험을 보편화하여 화재 관련 건축적인 요소와 설비적인 요소의 분야별 상호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1987년 KingCross 화재 사건 이후 화재안전에대한 적정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한편 현실적인 기준 제정을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실시한 결과, 오늘날에는 세계의 화재안전분야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다.

영국은 실물규모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물화재실험을 가장먼저 실시하여 화재 안전 연구에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노르웨이와 미국에서는 터널을 대상으로 이미 실물화재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인명 및 재산피해와 직결되는 화재안전에 관한 선진국의 최근 연구는 타 분야의 연구방법과 달리 대부분 수치실험, 축소모델실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실물실험에 중점을 두고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에 가입함으로써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였으나 화재안전에 관해서는 아직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의 경우 화재안전을 위한 실험이 매우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기준자체가 정성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자들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2006년 4월 화재안전기술의 선진화를 위해 실물화재실험(건축물, 터널, 제연·배연실험), 각종건축·차량 내외장제의 연소특성및 유독가스 방출 특성실험, 콘크리트·강재 등의 고온 열특성 실험 등이 가능한 선진국 수준의 종합 화재실험연구동을 구축하였다.

대지면적 6만1천266㎡, 건축연면적 1만2천524㎡ 규모의 화재실험연구동은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관련분야의 기술개발을 비롯한 유관사업부문의 고용창출 및 활성화가기대되고 있다.

화재안전 분야가 성능규격 중심의 화재안전평가로 개편되고 있으며, 선박·고속철·지하철·항공기 등 실물화재 평가를 위주로 한시험방법 및 적용이 국제적으로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한해에 1천500명 이상의 인명 피해와 2천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발생하는 국내의 현실은 화재안전에 관한 새로운 방안을 요구하고있다. 이제 화재안전은 관련 규정의 강화 및 합리적인 기준 제시 뿐만 아니라 성능적 화재안전 설계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실험위주의연구가, 각종 화재안전 설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재료-가구-실물 구조의 실험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짐을 고려해야한다.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실험연구동에서는“지하공간 방재기술 사업단”,“ 철도 화재안전선진화 사업”및“성능기반 화재안전 선진화 연구”등의 대형 R&D를 통하여 재료 연소 특성, 실물화재 특성 등 다양한 실험과 평가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화재 관련실험·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화재 시 재실자의 안전한 피난장소로의 유도, 유독가스가 적고불에 안타는 재료의 개발, 건축물의 화재위험도 정량화, 화재 붕괴가 없는 건축 구조의 도출, 종합성능적 화재안전 설계의 국내 정착 및 실용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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