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대형화재로 40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17명이 크게 다쳤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일하던 13명의 중국동표, 결혼한지 3개월 밖에 안 된 새신랑의 죽음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태안앞바다를 검은 기름으로뒤덮은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지 꼭 한달만에 또 다시 터진 이번 대형화재사고는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안전불감증의 결정판이라 할만하다. 대형화재참사때마다 그 원인으로 등장하는 것이 건설자재인 우레탄폼(urethane foam)이다. 이번 이런 냉동창고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은 창고내벽에 설치된 우레탄폼 때문이었다.

우레탄폼으로 인한 대형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부산암남동의 창고신축공사 현장 지하냉동창고에서 용접을 하다 유증기에 불꽃이 옮아 붙으면서 27명이 사망한 사고 △56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12명이 사망한 2003년 경북 청도 버섯가공공장화재 때도 모두 단열·방수재로 사용한 우레탄폼이 내뿜은 유독가스가 대형인명피해의 원인이었다.

선진외국의 경우 우레탄폼의 독성연기와 빠른 불길확산 속도 때문에 사용조건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 건축법은 우레탄폼을 지상1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30㎡이하의 소규모 공간에서만 우레탄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값싸고 시공이 간편하다는편리성 때문에 방수·단열제로 우레탄폼이 사용제한 규정없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전문가들은 “불이 붙는 순간 독가스, 유독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우레탄폼은 사무실, 목욕탕, 상가 등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다중이용시설부터 우선적으로 사용제한하는 규제를 두어야 한다”고입을 모으고 있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는 방화셔터만 제대로 작동했으면 불길이 확산되는것을 차단해 기계실과 전기실 근처에서 일했던 인부 31명은 살릴수 있었다는 것이 경기경찰청수사본부의 판단이다. 이사고를 수사중인 수사본부는 지난15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불은 출입구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13냉동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냉동실과 연결되는 통로의 방화셔터가 자동으로 내려왔으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냉동창고 건설현장의 총괄소장, 냉동팀장, 안전관리책임자 등 3명은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등 화재발생시 인명구조와 직결되는 소방시설이 오작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동으로만 작동토록해 대형참사를 빚게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은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공무원을 문책하고 관계법령을 정비해 왔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후 재난관리기본법을,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 직후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했다. 그후 또 재난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했지만 대형재난사건을 줄지않고 있다. 이들 법안의 처벌조항이 과태료에 국한된 것도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불감증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이천냉동창고 화재참사를 계기로 몇 달, 몇 년이 걸리더라도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련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어이없는 참사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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