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충남 태안 앞바다와 백사장이 태안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로 슬픔이 걷히고 있다. 이 지역을 뒤덮은 검은 기름띠도 자원 봉사자들의 정성에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휴일인 지난 16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등지에 4만여명의 자원 봉사자가 전국에서 몰려 왔다. 군인, 경찰은 물론 공무원, 수험생, 직장인들까지 합치면 지난 열흘 동안 이미 25만여명이 태안반도를 찾아와 삶의 터전을 잃고 신음하는 우리의 이웃을 위해 굵은 땀을 흘렸다. 만 12년전인 1995년 여수 시프린스호때 수천명에 그쳤던 자원봉사자가 이번 태안 검은 재앙에는 이미 수 십배를 넘었다. 위기를 스스로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국민들의 봉사정신이 국가의 대재앙을 극복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사상최악의 기름 유출사고 12일째인 18일에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문건설공제조합 임직원 2백여명이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수욕장을 찾았다. 18일 의항리 해수욕장을 찾아온 대한전문건설협회 박덕흠 중앙회 회장은 “기름 유출사고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삶의 터전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건설인들의 마음을 모아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작지만 건설업계의 재해 복구 성금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재해 복구와 피해 주민들의 생활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지난 14일 충남도청을 방문하여 전문건설인들이 모은 성금 3억원을 이완구 지사에게 전달한 바 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두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업체들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온 전문건설업체들도 페이로더, 덤프트럭 등 100여대의 중장비를 동원하여 복구작업에 땀을 흘리고 있다.

건설인들이 피해복구에 앞장서자 자원봉사자들도 해안의 검은 기름띠를 씻어내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 가족을 데리고 온 김모씨는 “기름냄새가 아이들의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다가 환경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기 위해 아이들을 설득해 데리고 왔다”며 땅방울을 흘렸다. 충청지역 출향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 포럼 회원 500여명은 지난 15일 만리포 해수욕장을 찾아 방제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방제복과 장갑, 장화, 삽, 양동이 등 방제도구 2천여개를 직접 구입해 현장을 찾았다. 장비가 부족한 현장 실정을 감안하여 4천여만원을 모금해 구입한 걸레, 수건, 흡착포 등을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동안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방파제 바위틈의 기름을 일일이 닦아냈다.

태안군청 진태구 군수는  “주민들은 처음으로 이런 큰 재난을 접하고 망연자실 했지만 전국민이 이렇게 힘을 모으니 어떠한 재앙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며 희망을 전했다.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자원 봉사자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희망이다. 태안을 태안다운 모습으로 되돌릴 주역은 역시 자원봉사자들이다. 바다와 해안의 기름을 자신의 손으로 옮겨 담은 그들 가운데 얼마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어부들도 있다. 1997년 똑같은 기름오렴 사고를 겪은 일본 미쿠니 마을의 ‘30만명 자원봉사의 기적’을 태안에서 재연한 것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함께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이 태안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 장롱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결혼반지까지 나라를 살리자고 내 놓았던 우리 국민이다. 이제 태안에서 다시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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