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업체수는 시장질서 교란하고 저가경쟁 과열 조장

인위적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물가급등, 국가재원배분체계 왜곡 등 많은 부작용 때문에 대증적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특히나 지방중소건설업체를 중심으로 건설업계가 작년 한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수주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건설경기는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건설경기 회복과는 별론으로 최근 건설경기 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SOC 재정투자 감소,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정책 등을 경기부진의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들도 일면 타당성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줄어드는 건설시장 규모에 비해 건설업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에서 가장 근본적인 건설경기 부진의 원인을 찾고 있다.

2006년말을 기준으로 전체 건설업체수는 5만3천329개사로 지난 1995년 2만2천579개사에서 약 2.4배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에서 15.4%로 크게 줄어들었다. 건설시장의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건설업체수는 1999년 건설업 면허제가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수 증가는 필연적으로 과당경쟁과 그로 인한 낙찰가격 하락을 불러온다.

하도급업계의 경우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문·설비건설업체수가 1995년에 비해 2.1배 이상 늘어났다. 수주물량이 줄어들고 원도급 낙찰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하도급업체마저 증가한다면 저가하도급이 만연할 수 밖에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건설업체수가 과다하다하여 WTO 시장개방원칙, 헌법상 영업의 자유보장, 불필요한 규제완화라는 차원에서 행정기관이 건설업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건설업체수 과다를 해소하는 최선의 해법은 부실·페이퍼 컴퍼니 퇴출밖에는 다른 수단이 있을 수 없다.

건설업체 증가에는 수주만을 한 후 일괄하도급을 일삼는 일반건설업체나 실제 시공은 하지 않고 시공참여자에게 재하도급을 주는 전문건설업체가 늘어난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 건설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저가경쟁을 과열시켜 견실한 업체까지 동반부실화 시킨다는 점에서 이러한 업체들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다.

부실·페이퍼 컴퍼니 퇴출을 위해 건교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대책은 직접시공의무제 이행 강화와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를 들수 있다. 먼저 직접시공의무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작년부터 시행중인 직접시공의무제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그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직접시공계획서에 기능인력 투입계획을 함께 제출하도록 한 건산법 시행규칙을 마련하여 법제처 등 관계기관과 협의중에 있다.

직접시공의무제는 30억원 미만의 소액공사에 대해 30% 이상을 원도급업체가 직접 시공토록 하는 제도로 부실·페이퍼 컴퍼니에 의한 일괄하도급을 방지하고 원도급 업체의 책임시공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되었다. 직접시공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실제 기능인력 투입여부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가 이루어지면 시공에 나설 생각은 없으면서 수주만 받고 보자는 식의 원도급 업계 일부의 잘못된 관행도 고쳐지리라 본다.

또한 일부 부실전문건설업체 퇴출을 위해 시공참여자제도를 폐지하고 공신력 있는 전문건설업체가 건설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 시공토록 하는 제도개선방안을 건설산업기본법에 담아 금년 5월중 개정을 완료하였다. 당초 “십장의 실명화”를 통한 책임시공을 유도한다는 차원에 시공참여자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일부 전문건설업체에 의해 하도급받은 공사를 다시 재하도급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고 이 과정에서 실공사비 잠식에 의한 부실시공, 건설근로자 임금체불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되어 왔다.

시공참여자 제도폐지는 축적된 기술과 체계적 건설근로자 노무관리를 통해 성실시공을 하는 전문건설업체를 보호·육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제도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십장 중심의 건설현장 시공관행이 유지되고 전문건설업체의 노무관리 부담이 과중해지지 않도록 다각도의 보완 대책도 강구중에 있음은 물론이다. 〈건설교통부 건설선진화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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