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골프는 여하히 아름다운 스윙을 하느냐가 아니라 여하히 같은 스윙을 미스 없이 되풀이할 수 있느냐의 반복게임이다.          - 리 트레비노

사람마다 그만의 독특한 골프 버릇을 갖고 있다. 셋업을 취하기 전, 셋업을 할 때, 스윙을 할 때, 샷을 날리고 나서, 미스 샷을 하고 나서, 기막힌 결과를 얻었을 때 등등 플레이를 하면서 남이 흉내 내기 어려운 독특한 동작을 한다. 영어로 ‘루틴(routine)’이라고 한다. 

이것은 언뜻 불필요한 듯 보이지만 안정된 샷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샷을 날리기 전의 프리 샷 루틴(pre-shot routine)은 경기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소림사에서 일정한 단계의 무술을 마스터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수많은 관문처럼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이 마음먹은 샷을 날릴 수 있다. 이 동작을 생략하면 어딘가 어색하고 자신감이 없어져 결국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세베 바예스테로스(Seve Ballestelos)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골퍼인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Jose Maria Ollazabal)은 많은 시간을 들여 셋업을 한 뒤 샷을 날리기 전까지 수없이 목표물과 볼을 번갈아 보는 버릇이 있었다. 보통 한두 번 쳐다보곤 샷을 날리기 마련인데 올라자발은 고개를 돌리는 동작을 7~8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샷을 날렸다.

한 친구가 그의 이 같은 습관을 꼬집었다.
“자네가 나보다 먼저 볼을 칠 땐 잠깐 눈을 붙여도 되겠더라구.”
올라자발이 대답했다.
“미안하네. 하지만 그 동작을 하지 말라는 건 골프를 그만 두라는 것이나 같은 주문일세.”

올라자발의 깔끔한 샷은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이 동작을 거친 뒤에 나오는 것이다. 최근엔 올라자발도 셋업 한 뒤 목표지점을 바라보는 횟수를 상당히 줄여 머뭇거림 없는 샷을 날린다. 자기 나름대로의 습벽은 때로 자신에게 자신감과 안정감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 보기에 흉하다고 이미 굳어진 골프버릇을 억지로 고치려 했다간 도리어 엉뚱한 화를 당한다. 골프를 하면서 굳어진 습벽은 굳이 버리려 애쓸 필요가 없다.

어떤 사람이 막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한 전통적이 쉬라드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쉬라드는 이슬람국가에서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의 저승길을 위해 기도하는 의식이다. 가족들이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집 개가 기도하는 방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왔다. 그 남자는 의식을 망칠까봐 급히 일어나 개를 끌고 나갔다. 그리곤 베란다 기둥에 묶어 두었다.

몇 해가 지나 그가 세상을 떠나자, 이번에는 그의 아들이 쉬라드 의식을 행하게 되었다. 모든 절차를 빠짐없이 행하기를 원하는 아들은 이웃집에 가서 개 한 마리를 잡아왔다. 그는 아버지가 기도를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개를 베란다 기둥에 묶어놓은 다음에 흐뭇한 표정으로 기도를 하던 정경을 떠올리며 그것이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아들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벽한 의식을 행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당시 그 집에는 개가 없었기 때문에 아들은 떠돌이 개를 찾아 온 동네를 뒤져야 했다. 그는 가까스로 개 한 마리를 잡아다가 베란다 기둥에 묶어놓고는 만족스런 마음으로 의식을 끝냈다. 이후 그 집안에는 수세기를 걸쳐 지금까지도 개를 잡아다가 베란다 기둥에 묶어놓는 것이 그 의식의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절차로 이어졌다. (오쇼 라즈니쉬의 『지혜로운 자의 농담』중에서 )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나 동기가 아니다. 마음이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골프에서도 자신만 만족한다면 아무리 보기 흉한 습벽이라도 꼭 필요한 것이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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