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여파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가 하면, 세계 곳곳에 투자돼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안감을 더욱 가중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사태가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민감성에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나비효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신용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해 말 현재 잔액 기준으로 약 1조4천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로서 전체 모기지의 약 14%에 해당되므로 미국 금융시장의 전체 대출금액에 비하면 큰 규모라 할 수 없으며, 더욱이 최근 문제가 된 베어스턴스 산하 2개의 헤지펀드 등 부실의 규모는 미국 경제의 규모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이 심각한 이유는 헤지펀드, 유동화회사, 금융기관으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를 거치면서 파장이 증폭될 뿐 아니라,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마찬가지로 엔화와 투자 대상국간의 금리차 변동, 환차손 발생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은 충격에도 급격한 청산이 촉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 건설시장에도 영향

세계 금융시장이 이와 같이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도 이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은 그동안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이후에도 금융불안 요인이 대두될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확대로 환율이 상승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시장 중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시장은 아무래도 주택시장일 것이다. 국내 단기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해외수요 감소 우려

즉 단기금리 상승 등은 변동금리 대출차입자에게 자금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고, 주택가격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근거로는 우리 주택시장이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이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비중, 주택저당증권 등의 파생상품을 통한 부실파급경로가 미발달돼 있다는 점, 매우 낮은 연체율, 금융기관들의 강화된 자산 건전성 등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대출금 회수가 본격화될 경우 우리 주택시장도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는 해외 건설부문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미국 및 세계경제가 위축되면 해외 건설수요가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투자되어 있는 이머징 마켓의 투자자금이 청산될 경우 해당 지역의 건설수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으로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해외건설사업 부문에서의 건설업체 채산성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부부문에 의한 공공건설시장 등은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금리변동에 민감한 건설업체 입장에서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진행 중인 세계금융시장의 변동은 당장은 우리 건설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불확실성 대비책 시급

그러나 세계경제의 간격이 좁아지고,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현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 건설산업에 위협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주택대출 등의 건전성이 더욱 확보되어야 할 것이며,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 확보 등 체질 개선도 요구된다.

해외건설에 있어서도 환율, 금융뿐만 아니라 계약, 대금 회수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가 사전에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단기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 발생될 경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유연한 정책 대응을 하여야 할 것이다. 〈국토연 SOC·건설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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