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여름철이 되면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이상홍수가 발생하고 매년 평균 1조 8천억원대의 홍수피해를 입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홍수에 대비해 홍수와 싸우는(fighting with flood) 전략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세계는 홍수와 더불어 사는(living with flood) 전략으로 홍수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가고 있다.

홍수에 대한 발상 전환

그동안 홍수를 차단하기 위해 계속해서 하천에 제방을 쌓고 제방을 높이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었으나 최근에는 홍수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일상으로 생각하고 홍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방안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전에는 홍수가 발생하면 홍수량을 빨리 하천으로 내보내는데 주력해 왔었는데 이는 홍수량을 하천에만 부담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천주변의 인구 집중화와 도시화는 홍수피해의 잠재성을 증대시켜 왔으며, 불투수층 증가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홍수량의 증대는 하천위주의 홍수방어에 그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유역내 분담계획 수립

따라서 최근 건설교통부는 유역종합치수계획에 의해 홍수량을 유역내에 분담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면적 개념의 2차원적인 홍수량 분담을 통해 하천의 부담을 줄이고 하천 범람으로 인한 홍수피해의 잠재성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즉, 홍수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저류시설, 방수로, 댐 등의 구조적인 방법과 기타 비구조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홍수량을 유역내에 분담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수립된 계획이 정책에 반영이 되고 실질적으로 재정적인 투자가 이뤄져야만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아직까지 큰 홍수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 홍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위협받는 고통으로 매우 심각한 충격과 좌절을 겪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이 우선

그러나 홍수피해를 입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홍수가 발생한 당시에만 관심을 둘 뿐 홍수가 지나가고 나면 쉽게 잊어버린다. 심지어는 홍수예방과 방어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 결정 그리고 예산 투자를 담당해야 할 언론이나 정치적인 결정권자들 조차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홍수예방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큰 성과물이나 이익을 일반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홍수예방을 위해 투자를 해서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지나쳐 버리고 만다.

즉, 홍수예방이나 방어를 위해 투자를 했을 때 투자효과나 성과가 크게 부각되거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수예방과 방어를 위한 투자는 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부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홍수예방과 방어를 위한 노력과 투자는 한 국가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평상시에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준비하며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최근 홍수와 관련한 연구와 기후변화를 살펴보면 그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고, 사람들의 도시 집중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 홍수에 불리한 지형여건을 가지고 있고, 집중호우와 태풍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어 홍수방어에 매우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

계획 실천이 가장 중요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삶에 대해 홍수피해 잠재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현재 건설교통부에서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지속적으로 수립하고 있고, 여러 가지 홍수예방과 방어를 위한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다.

즉, 홍수에 대해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친수성을 겸비해 홍수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계획으로 끝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수립된 계획들에 대하여 투자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예산 투자가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