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조직’이 아닌 ‘나’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꿔 나갈 것인지 고민할 때



경제가 어려울때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곤 한다. 지난 1990년대말 외환위기 당시 박세리와 박찬호가 그 주인공이었듯 2월에는 밴쿠버에서 연일 계속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 되고 있다.

특히 언론은 연일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젊은 선수들에게서 나타난 뚜렷한 특징을 이슈화하고 있다. 그들을 ‘G(글로벌, Global)세대’라 규정짓고 기성세대와는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다.

G세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난 20대 초반을 일컫는 말로, 타협과 양보 없이 답답함만 안기는 기성세대와 달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미친 듯이 빠져들고, ‘재미있게’ 즐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끊임없이 시상대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공을 주변사람에게 돌리는 선배들의 겸손함, 내지는 숙연함 대신 당당하게 자신이 이룬 성과를 즐기는 공통점을 찾아 낸데서 비롯된 신조어다.

올림픽의 관심에 살짝 가려지긴 했지만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한 한국인 선수의 ‘미국 시민권’ 취득 가능성을 제기한 기사가 보도됐다. 일부 언론이 그 선수의 시민권 취득 가능성을 제기한 근거는 바로 ‘병역문제’ 때문이었다. 아직 사실 여부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고 있지만 만약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이같은 추측이 만약 현실화할 경우 ‘G세대’문제는 또다른 측면에서 작지 않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긍정적 측면이든 부정적 측면이든 G세대(사실 그 야구선수는 20대 후반이니 G세대와는 몇 년의 격차가 있다)의 가치관은 분명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해 초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WBC 감독직을 수락하며 말한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는 말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선 자신에 대해 스스로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기까지 흘린 땀과 견뎌낸 고통에 대한 보상이니 당연하다. 어찌보면 당돌하고 개인적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모습과 너무 달라 오히려 신선함을 느낀다.

하지만 G세대는 올림픽을 통해 갑자기 태어난 신인류가 아니다. 다만 이미 우리 젊은 층의 사고를 올림픽이라는 ‘극적인’형식을 통해 표출됐을 뿐이다. 기업의 새내기 직장인들을 돌아보자. 그들에게서는 과거 선배들이 절대복종의 미(?)를 엿보기 힘들다. 직장 상사가 뭐라하든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말한다. 선배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경우가 없다’고 한탄을 해보지만 이는 대세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조직’이 아닌 ‘나’다. 이 때문에 그들은 기성세대로부터 때로는 지나치게 버릇없거나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조직과 개인을 동일시해온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나를 조직보다 가치의 중심에 두는 젊은 세대들의 생각의 차이는 어쩌면 본질과 관계없는 인식론의 차이에 불과하다. 오히려 개인을 가치의 최우선순위에 두는 그들이 자본주의의 본질적 발전 동력인 ‘경쟁’의 원리에 더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쿨(Cool)하기를 넘어 ‘쿠~울(Cooooool)’하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기는 오히려 막연한 애국심보다 더 구체적이고 뚜렷하다. 철저히 자신을 위해 타인과 경쟁하되 실패한 결과에 대해서는 깨끗이 승복한다.

물론 한 야구선수의 미국시민권 취득 논란은 그들의 또 다른 면일 수 있다. 개인의 성공을 위해 국적까지도 포기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필자 역시 기성세대에 가까운 탓인지 정서적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그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이제는 예전의 잣대로만 그를 평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기성세대의 그것을 뛰어넘는 훌륭한 것이든, 아니면 발칙한 버릇없음, 내지는 가벼움이든, 더 나아가 그것이 훌륭한 가치관을 파괴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제 우리 사회의 주역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정두환
  서울경제신문
  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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