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지구는 신의 골프 볼이다. -  캡틴 비프허트(미국 음악가)

해는 불덩어리다. 폭발할 듯 격정적이다. 모든 것을 묻어두기보다는 낱낱이 발가벗기고 태워버릴 듯 타오른다. 맨눈으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찬란한 빛으로 만물 위에 군림하려 든다.

그러나 달에서 느끼는 온도는 차가움에 가깝다. 차분하다. 맨눈으로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달은 해가 이글거리는 한낮에는 존재하지 않은 듯 희미하게 숨어 있다가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다소곳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겨우 형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은은한 빛을 뿌릴 뿐이다. 지상의 상당부분은 어둠 속에 묻어두는 아량도 있어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골프는 해와 달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골프는 불같은 분노나 넘치는 환희의 감정으로는 다스릴 수 없다. 힘으로 지배하려 덤비는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든 좌절을 안겨 준다. 고요한 수면 같은 평정심을 가지고 겸허한 자세로 골프와 일체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골프는 연인처럼 안긴다. 아무래도 골프는 달에 가까운 것 같다. 적어도 골프장에서만은 태양을 닮기보다는 달을 닮도록 노력할 일이다.

실제로 달은 인류가 최초로 지구를 벗어나 샷을 날린 곳이기도 하다. 1971년 2월6일, 두 번째로 달 표면에 사뿐히 내려앉은 아폴로 14호의 선장 알랜 B. 셰퍼드는 달착륙선에서 나와 달 표면을 거닐었다. 그의 손에는 달의 운석을 채취하는 기구 샤프트에 아이언 6번 헤드를 연결한 골프채와 골프공 2개가 쥐어져 있었다.

셰퍼드 선장은 달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로 비거리에 관한 한 꿈에 부풀어 모래를 쌓아 티를 만들었다. 그 위에 볼을 살며시 올려놓고 힘차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우주복을 입은 탓에 스윙은 부자연스럽고 불완전했지만 달에서의 인류 최초의 스윙이었다. 그러나 웬일인가. 까마득히 날아가야 할 볼은 톱핑이 나고 말았다. 달 표면 위 우주공간으로 날아올라야 할 공은 모래투성이인 달 표면을 떼굴떼굴 굴러갔다. 톱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볼은 달의 중력 덕분에 200야드 정도 굴러갔다. 지구에서라면 고작 35야드 거리다.

옆에 있던 에드거 마이클 부선장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선장님, 공을 친 겁니까, 달을 친 겁니까?” 그러나 부선장은 센스가 있었다. 그는 휴스턴의 우주센터를 향해 “공은 멋지게 또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중계했다. 셰퍼드 선장이 첫 번째 샷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작심하고 날린 두 번째 샷은 최악이었다. 이번에는 생크가 나서 겨우 50야드를 날아가는데 그쳤다. 지구에서라면 고작 8야드의 거리다. 셰퍼드 선장은 후에 휴스턴 우주센터에서 우주복을 입은 상태에서 스윙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토로했다.

셰퍼드 선장이 귀환했을 때 달 표면에서의 티샷은 인류 최초의 쾌거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축하메시지 중에 영국의 왕립골프협회(R&A)에서 날아온 한 장의 편지도 있었다. “위대한 업적과 무사귀환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귀하의 골프 에티켓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골프 룰의 매너에 관한 항목 6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거기에는 ‘벙커를 떠날 때 플레이어는 반드시 샷 한 자국을 깨끗이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되어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셰퍼드 선장이 달 표면의 모래밭에서 플레이하고 나서 지면을 고르지 않은 것을 두고 현대인들에게 골프 에티켓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의도가 담겼다. 어쨌든 이글거리는 태양보다는 달이 골프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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