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의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건교부는 이 작업의 일환으로 ‘건설산업 상행협력을 위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개선방안’용역보고서를 최근 제출받았다. 건교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중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하반기중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교부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는 상생협력 차원에서라도 지급보증제도가 제대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유명무실한 지급보증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급보증제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기대가 크지만 한편으론 우리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건교부 용역보고서가 시안과는 달리 상당히 후퇴됐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용역보고서 시안에선지급보증제의 본래취지를 살리기 위해 4천만원 미만공사도 지급보증을 하게 하고 A등급업체에 대한 지급보증 면제제도도 폐지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종용역보고서에는 이들 내용이 모두 빠져있다. 어처구니없고 딱한 일이다. 용역보고서가 원칙에 충실하게 나와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다 보면 당초안보다 후퇴하기 일쑤인데 용역보고서부터 쟁점에 대한 정리없이 두루뭉술 개선방안이 나와 있으니, 제도 개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용역보고서만 봐서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핵심이 분명하지 않다.

A등급 업체의 지급보증을 면제하다보니 지급보증 대상공사가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도 일반건설업계는 지금 면제업체를 더 확대해달라고 집요하게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B등급업체까지 면제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일반업계의 요구대로 라면 지급보증제를 더이상 시행할 의미가 없다. 차 떼고 포 떼고 뭘 가지고 지급보증하겠단 말인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중견일반건설업체 19개사가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부도를 맞았다. 이 때문에 300여 하도급업체들이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그 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는 원도급업자들의 부도로 인한 하도급업자의 연쇄도산 피해를 막기위한 가장 확실한 장치다. 이 장치를 만들어 놓고도 10년이 넘도록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니 중소건설업계가 정부를 불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는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에서 하도급대금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보험과 같다. 하도급업체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그 취지가 있다. 제도의 취지로 볼 때 모든 하도급공사가 지급보증 되는게 백번옳다. 면제제도 자체가 오히려 하도급대금 보장을 위한 규제다. 지급보증은 원사업자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지급의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원사업자가 전체공사 완성으로 이익을 얻기 위한 부분 공정의 인수비용이기 때문에 수익자는 바로 원사업자 자신이다.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수수료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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