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민간투자법의 개정을 통해 도입된 임대형 민자방식 (BTL)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의 추진방식과 대상시설을 확충함으로써 민간부문의 투자기회를 확대하고 재정을 절감한다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들은 BTL 사업의 도입으로 오히려 학교·하수관거시설 공사와 같이 전통적인 중소건설업체의 일감을 대형건설업체에게 내주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됐다.

역풍 맞은 지역중소업체

임대형 사업으로 추진하다보니 운영단계에서의 리스크 까지 고려해 여러 사업을 묶어(bundling) 사업자를 선정하게 됨으로써 대형화된 사업에 중소업체들이 들어갈 여지가 더욱 줄어들게 된 것이다.  투자활성화를 목적으로 시행한 제도로 인해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들은 도리어 예전보다 훨씬 나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물론 BTL 사업이 순전히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방 건설경기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타개하는 것에만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 질 수는 없다.

BLT사업의 3가지 관점

최근의 상황과 관련되는 정책적 고려사항은 결국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BTL 사업의 시설범위와 대상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 하는 이 방식에 의한 합리적 공급 목표를 점검할 필요가 있고, 둘째는 건설업체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리적 역할 분담을 유도해야 하는 산업정책 차원의 고려이며, 마지막으로는 시설 완공후 임대 운영을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시설 이용자의 관점이다.

BTL 사업을 통해 재정 여건 때문에 공급할 수 없었던 공공시설을 적기에 공급하게 되는 점은 이 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당장 재정 여력이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고 또 투자자로서는 정부가 시설이용을 보장해 주고 있다는 점 때문에 굳이 조기에 공급할 필요가 없는 시설을 미리 짓게 될 우려도 있다. 이와 함께 BTL 사업이 지방 건설경기에 주는 영향을 고려할 때, BTL 방식에 적합한 대상 시설과 규모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함께, 사업의 타당성을 더욱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요망된다.

사업타당성 검증 필요

BTL 사업의 목적이 어려운 건설업체를 살리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전까지 맡아서 별 탈 없이 영위하고 있던 사업 영역을 제도의 변경으로 대형업체에게 넘겨주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는 산업정책이라는 관점에서도 소규모의 지역개발사업에 대형건설업체가 공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시설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운영단계에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다. 종전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소규모 공사 단위로 발주하면 되지만 임대형 사업으로 추진하다보니 운영단계에서의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위사업들을 묶어 큰 업체에게 맡기는 것만이 유일한 시설의 안정적 관리방안인지, 이밖에 시설이용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는지를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BTL 사업은 국가경제나 국민생활편의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도입, 시행과정에서 충분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보완이 시급한 시점

이러한 점에서 최근 건설교통부가 제시한 2차 지방중소업체 지원대책에 BTL 제도의 개선안이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학교공사는 BTL 발주가 아닌 재정으로 시행하고, 번들링 규모도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대형공사 금액 기준인 300억원 미만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한다.  

건교부의 개선안은 그동안 중소건설업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해 오던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진다. 제도의 보완 과정에 있어 무엇을 위한 BTL 사업인가 하는 원칙적인 문제에 보다 충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단기적 성과에 치우치지 말고 장기적으로 타당하고 적합한 사업이 BTL 방식에 의하여 수행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국토연구원 SOC·건설경제실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