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 급감·미분양 사태 등 업체들 ‘코너’에

     작년 흐지부지 구조조정도 한몫…  근원 수술할 때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감히 분양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준공 단지는 입주가 안 돼 고민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합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3월 첫째 주말의 오후. 식사자리에서 만난 모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 대표는 ‘아파트 분양’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인 즉, 정부와 언론에서 올해부터 국내 경기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주택시장은 오히려 금융위기의 후폭풍을 맞았던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경기 분위기가 조금 호전되면서 정부가 그 동안 풀었던 각종 지원 대책을 하나 둘씩 거둬들여 오히려 분양 여건은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은 움직일 기미가 없어 그야말로 ‘빚 좋은 개살구’라고 그는 표현했다.

현재 주택시장 침체의 한 원인은 수요자 심리 위축이다. 지난해 봄부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아파트 분양시장은 약 6개월 정도 올라가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급속히 식어버렸다. 당시만 해도 지속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그 수혜가 부동산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여기에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도 많이 하락해 저가 매수 수요가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각종 지원혜택을 하나 둘 거둬 낸 것도 타격을 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도소득세 면제 및 감면 혜택 만료와 분양가 상한제 존속. 정부는 지난해 여름 주택경기가 살아나자 올해 2월11일로 끝나는 양도세 면제 혜택 만기를 연장하지 않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큰 혜택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폐지까지 무산되자 주택ㆍ건설업체들은 코너에 몰리게 됐다.

주택시장 침체를 가져온 또 하나의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서 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일반택지에서 공급하는 민간 아파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강남에서 나오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3.3㎡당 1250만원 선으로 일반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이 공급하는 아파트는 가격과 입지면에서 경쟁 자체가 안 된다. 큰 축인 민간 주택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1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6만1974건으로 지난해 12월(8만1961건)에 비해 무려 24.2%(1만9987건)나 급감했다. 줄어들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도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금융권과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 6월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몰아쳤던 건설사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다시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들어 이미 중견 건설사 대여섯 곳이 문을 닫았다.

더구나 4월에는 채권금융기관의 정기 심사가 예정돼 있고, 6월부터는 대규모 채권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는 ‘건설사 위기 시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건설사 위기설이 불과 1년여 만에 재현되는 것은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당시 엄한 집행을 호언하던 정부는 금융권의 소극적인 자세와 경기도 호전되자 건설사 구조조정을 흐지부지 마무리했다. 당시 썩은 뿌리를 제대로 속아내지 못한 업보가 1년여 만에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형국이다.

따라서 정부는 건설사 발(發) 위기가 재발되는 것을 막을 근원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우선 부실 업체에 대한 금융권의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상황이 심각한 지방에 대해서만은 양도세 한시 감면ㆍ면제 조치 같은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지난해 흐지부지 됐던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이참에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업체는 매년 반복되는 위기설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당장은 아프더라도 병의 뿌리는 확실하게 잘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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