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공동주택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기존보다 1년씩 늘렸다. 정부는 지난6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공동주택 하자담보 책임기간 연장을 담은 주택법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우리는 지난해 본란을 통해 정부의 주택법시행령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한 바있다. 다시한번 지적하지만 정부의 하자담보책임기간 연장조치는 부당한 행위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모두 시공상의 하자로 몰아붙여 시공업체에게 전가하려는 짓이기 때문이다. 성수대교 붕괴 책임을 시공업체에게만 뒤집어 씌웠던 공권력의 편의주의적 횡포가 또다시 나타나게 됐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장기간으로 설정할 경우 시공상 하자가 아닌 유지·관리상 하자까지 건설업자가 책임을 져야하는 사태가 벌어질 건 뻔하다. 시설물의 하자가 감리하자인지 시공상 하자인지 그 원인 여부를 불문하고 담보기간내에 발생한 하자는 모두 시공자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자기간을 무턱대고 연장한다는 것은 지독한 행정편의주의다. 건설업자는 죽든말든 정부는 여론에 생색만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기영합 정책이다.

감리의 최종 확인이 있어야 준공승인이 나고 입주를 할 수 있다. 설계·시공·감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공과정과 사후관리 등 하자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하는게 순서다. 시공상 하자담보책임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객관적 이유없이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 시공상 하자담보책임이 필요한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근거로 기간을 설정하는게 이치에 맞다.

현행 건산법에 규정된 하자담보책임기간은 전문가 등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 내용이다. 정부가 같은 시공기술이 적용되는 공종을 두고 주택에 대해서만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달리 규정하는 것은 자기모순이고 설득력도 가질 수 없다. 건설공사의 세부공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전문건설업체에게 설상가상의 부담만 안길 뿐이다.

일률적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늘린 정부의 이번 조치는 건설의 기초도 모르는 졸속행정이다. 맹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조경식재공사를 살펴보자. 식재공사는 생물을 이식해 시공하는 공사다. 시공상 하자여부는 1년만 지나면 명확히 밝혀진다. 수목의 생장과 활착여부는 춘기식재의 경우 3개월, 추기식재의 경우 6개월이면 판명된다. 옮겨 심은 나무가 1년간 살아있다면 시공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 조경식재공사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3년으로 정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다. 정부정책이라고 부르기가 부끄럽다.

철근콘크리트공사도 그렇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시공상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화열과 건조수축에 의해 균열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균열을 보수하는 건 유지관리 영역이다. 균열을 무조건 시공상 하자라고 치부하고 그 책임을 시공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건설후진국의 안타까운 현주소일 뿐이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더욱 심화왜곡시키고 있으니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방수공사나 창호·마감공사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금 큰 우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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