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에서 해외건설업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은 134개사가 49개국에서 165억불을 수주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하노이시 북 안카잉 지역 80만평 부지에 신도시를 개발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약 1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돼 있다. 공동·단독주택 7천600여 가구와 베트남 최고층인 75층 빌딩을 건축해 하노이시의 새로운 주거·업무 중심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잇따른 해외 도시개발 진출

대우건설 컨소시엄도 베트남 하노이의 따이 호 따이 지구에서 63만평의 신도시를 개발 중이다. 약 7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곳에서는 인구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5천가구의 아파트와 업무용 빌딩, 쇼핑센터 등을 건설하도록 돼 있다. 이밖에도 알제리의 부이낭 신도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복합타운 등에 신도시개발이 추진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신도시 및 주택단지 개발사업에 특히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은 중동지역의 플랜트 및 인프라 건설에 크게 의존했던 과거의 해외건설 수주 구조에서 지역이나 공종에 있어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이러한 사업이 기획에서 건설로 이어지면서 해외건설의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이룰 수 있고, 심지어는 해당 지역의 주거문화를 선도하면서 주방·가구 등 주택용품 전반의 폭넓은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200만호 건설경험 유리

오늘날 한국의 도시개발이 세계 곳곳에서 이와 같은 호응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도시개발의 경제적, 시간적, 공간적 효율성이 개발도상국들의 시급한 주택공급 정책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보여 진다. 사실 국내에서 5대 신도시개발이 완료되던 무렵 만해도 졸속개발이라는 비판과 함께, 밀튼 케인즈, 프라이부르그 등 외국의 쾌적한 도시환경과 비교되면서 회의적 의견이 적지 않았었다.

지속적인 시장확보가 관건

그러나 신도시 개발 당시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우리 국토의 여건 등 제약여건에 따른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이 인정되고, 막상 입주자들로부터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에서의 평가도 상당부분 바뀌었다. 더욱이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단기간에 200만호의 주택공급 실적을 경험으로써 보여준 한국의 신도시 개발이 그들이 처한 여건에서 일정 수준이상의 주거 및 도시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국제협력단(KOICA) 등을 통해서 원조의 형태로 개발도상국들의 신도시 개발을 위한 개발 타당성 검토 및 마스터플랜 등을 수립해 주었던 것도 결국 국익이 돼 결실을 맺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도시개발의 해외진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러한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해외 도시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위험성이 해소돼야 할 것이다. 보상비, 국내 및 현지의 인력수급, 기술적 난이도 등 비용요인과 함께 대상국가의 부동산 시장을 고려할 때 충분한 시장성과 수익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꼼꼼히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위험성 측면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몇 개의 사업이 성공해도 한 가지 사업이 부실할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이 해외건설 사업이다. 대상국가의 정치적 상황과 개발제도 등에 대한 사전 분석과 함께 리스크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 및 정부지원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신뢰성 최대한 높여야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도시개발 사업에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공기업들과의 조인트 벤처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와 함께 중소건설업체와의 합작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이들의 진출을 도울 수 있는 금융지원 방식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발과정을 통해 우리 건설산업의 신뢰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시장이 일부 축소될 수도 있고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신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상생의 차원에서 개발대상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전략만이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시장을 보다 길고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국토연 SOC·건설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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