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유를 본질로 하는 사적자치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이다. 하지만 거래상대방을 선택할 수 없거나 대체거래선 확보가 곤란한 수요독점적 구조에서는 계약자유가 제대로 기능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우월한 교섭력을 남용해 계약자유의 원칙을 저해하고 나아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실질 계약자유 보장돼야

모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금을 확정하는 것이다. 납품을 받는 쪽(갑)에서는 최소한으로 주려고 하고 납품을 하는 쪽(을)에서는 최대한으로 받으려고 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거래 당사자간의 교섭력에 의해 대금이 결정된다. 반면 교섭력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을은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계약서체결과정이나 거래과정에서 반영할 수 없다.

사계약 불구 국가간여 당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의 대등하지 못한 지위에 따라 발생하는 원사업자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규율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법은 거래 당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금결정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부당한 하도급대금결정’을 통해 규율하고 있다.

혹자는 사적 계약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금결정부분에까지 국가가 간여하는 것은 사적자치 원칙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사업자의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하도금대금결정행위에 대해 간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도급거래에 있어 제일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것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하도급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당한 하도급대금결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부당대금결정 유형다양

동법 제4조제1항에 의하면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통상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제4조제2항에서는 이런 부당한 하도급대금결정을 7가지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거나 협조요청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일정금액을 할당한 후 당해 금액을 감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하도급거래현실에는 이러한 7개의 유형외에도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구두로 발주하거나 거래개시를 약속한 후 이를 신뢰한 수급사업자의 선투자를 악용해 하도급대금을 낮게 결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와의 거래에서 최대한 이윤을 확보하고자 무리하게 하도급대금을 낮게 결정하려고 하고 그에 따라 부당한 하도급대금결정이 나타나게 된다.

건설업종은 하도급이 매우 일반화된 산업으로 기업문화나 일하는 방식에 있어 자신과 잘 맞는 협력업체들이 없으면 원사업자 스스로가 다른 원사업자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대금인하만을 추구해 부당한 하도급대금결정을 일삼는 원사업자는 그 업계에서의 신망을 잃게 되고 그에 따라 경쟁력있는 수급사업자보다는 경쟁력없는 수급사업자와 거래하게 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에 직면하게 된다.

원청 장기적 안목 지녀야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원사업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경쟁력있는 협력업체와의 지속적인 거래’를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낮은 하도급대금결정행위는 결국 부메랑처럼 자신의 성장과 생존을 옥죌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을 결정함에 있어 단기적인 시각에서 수급사업자를 이윤확대의 대상으로만 간주해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쟁력있는 협력업체와의 지속적인 거래를 담보하는 차원에서 수급사업자의 정상적인 이윤확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정위 기업협력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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