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경기의 침체는 단순히 경기순환의 과정이 아닌 건설시장의 내재적 한계, 즉 건설수요의 한계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가 맞다면,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단순히 공공건설투자를 늘리는 것은 미래의 건설수요를 앞당겨 공급함으로써 결국 뒷날의 불황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경기변동에 쉽사리 적응하기 어려운 건설공급구조를 감안할 때, 이러한 건설경기의 왜곡은 더욱 큰 사회적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효율적 투자정책 필요

그렇다고 해서 공공건설투자가 반드시 축소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건설경기의 급작스러운 하강이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하여 재정에 의한 건설공급을 일부 확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경험에서 보듯 건설경기도 정책으로 조절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총량적인 관점에서의 투자확대나 축소를 논의하기 보다는 건설수요를 충분히 고려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며, 개별사업별로 타당성에 입각한 효율적 투자정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지속적인 구조조정에 의한 건설생산구조의 합리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선도적 시장 창출 관건

중요한 것은 공공건설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건설경기의 부양이라는 관점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제고와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는 투자정책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공공건설투자를 위해서는 미래의 건설수요를 잘 파악해 이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구·경제·산업구조의 변화, 소득수준의 향상과 정보화 등으로 인한 생활양식의 변화, 환경·복지·문화가치의 증대, 도시구조와 교통여건의 변화,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 등 장차 예견되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미래의 건설수요가 발생될 것이다.

수요 기반된 사업추진

이상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건설투자가 모두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공공성이 강하면서 투자규모가 크고 초기 투자 리스크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타당성에 입각한 투자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나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보다 장기적이고 국가전략적인 시각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건설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무분별한 시설투자를 지양하는 대신, 변화하는 수요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수요를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발굴해 내고 후속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제고, 건설투자의 효율화, 건설시장의 활성화 등의 차원에서 모두 중요하다. 미래 예상되는 건설수요 변화 중에서도 특히 신형교통수단의 개발, 환경개선시설의 공급, 정보화 기반조성,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 등은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공공건설사업의 투자결정이나 우선순위를 설정함에 있어, 지역간 형평성 등의 기준도 필요하지만 정치논리에 밀려 막상 시설을 이용할 최종수요자인 국민의 수요와 동떨어진 시설투자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요에 대한 고려는 개별 공공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필요하지만, 국가차원의 투자계획 등의 수립과정에서도 필요하다.

건설산업의 변화필요

효율적인 공공투자를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검토 등 기획단계에서의 검증도 중요하지만 성과관리와 같은 사후적 평가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성과관리에 있어서도 실제 국민의 수요가 성과목표와 지표에 반영되고, 사후적으로 평가돼야 함은 물론이다. 공공건설 투자방향의 변화에 맞춰 건설산업도 변화돼야 할 것이다. 이제 경기부양을 위하여 재정투자를 확대해 주는 것에 막연히 의존하는 자세로는 건설시장에서 오래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건설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고 창출하면서 그에 맞는 건설기술과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혁신하는 기업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수요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발생한다. 최종 수요자인 국민은 과거의 낡은 수주관행과 구태의연한 건설투자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SOC·건설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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