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보급률이 낮던 시절 우리나라 건축정책의 주된 목표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통한 주택 보급율의 향상이었다. 공급을 초과하는 주택 수요로 인해 아파트는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정부는 국민의 가정생활의 기반인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정책의 최우선적 관심을 주택 보급률 제고에 두어왔다.

주택 공급의 확대라는 양적 성장에 주력했던 시기에 주택 성능의 향상이라는 질적 요소는 주택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건으로 간주되지 않아 주택건설업체는 주택 성능 향상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간혹 “삶의 질 향상”이라는 테마가 주택 정책 및 연구과제의 키워드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주택정책이나 주택건설은 가시적으로 표면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도 말 기준 건설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국의 주택 수는 1236만 호, 가구 수는 1229만 세대로 주택 보급률이 100.6%를 기록하고 있다. 100% 이상의 주택 보급률이 1가구 1주택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주택 보급률 100% 달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주택시장 및 정책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아파트 이름에 회사명을 붙이는 대신 쾌적, 환경, 건강, 편리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비로소 삶의 질을 염두에 둔 아파트 컨셉이 시장에 등장하고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요즘 웰빙(well-being)추구 트렌드가 소비패턴의 새로운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택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웰빙은 현재 아파트 시장에서 추구해야 할 제일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주택건설업체가 생태조경 설계의 강화, 건강 마감재 사용, 고급 부대시설 설치 등을 웰빙 아파트의 조건으로 내세우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웰빙 주택의 추구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제 진정한 웰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웰빙을 자칫 감성적이고 표면적으로 접근하여 고급화된 소비지향 트렌드 정도로 확대시켜 나간다면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웰빙을 추구하며 적용된 건축기술이 과연 그 목적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하며, 올바른 시장의 방향 설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 역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하스(LOHAS)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하스는 미국 내추럴 마케팅 연구소가 2000년 처음 발표한 개념으로 친환경, 친인간적 가치를 선호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로하스에 포함되어 있는 지속가능성은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후세대의 행복까지도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소비 및 건축시장은 당장 우리만의 웰빙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지, 과연 후세대의 행복을 포함한 웰빙이 고려되고 있는 것인지 주택 평균 수명이 25년 정도에 불과한 우리로서는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주거문화의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얼마 전 건설교통부에서는 소음, 유해물질, 외부조경, 건물구조 (리모델링이 쉬운 가변형 주택)등 아파트 각 부문에 대한 성능을 등급으로 표시하는 아파트 등급 표시제를 내년 하반기부터 도입키로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이 외국사례 등을 참조 소음, 자재, 환경 등에 관한 등급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건설업체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어떤 등급기준에 맞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등급을 분양공고에 표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능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아파트에 적용된 웰빙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직접 살아보기 전에는 아파트이 소음이 어떤지, 실내공기는 어떤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제 정부를 비롯한 전문연구기관의 노력으로 웰빙의 대중화, 후손들의 삶까지도 고려한 진정한 웰빙이 우리 사회에도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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