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일방적 행정수도 이전 결정이 위헌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 서울시와 ‘수도이전 반대 국민포럼’의 의뢰로 ‘수도이전 위헌 헌법소원 대리인단’이 최근 구성됐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고 있다. 대리인단은 곧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법률인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온 행정수도 이전은 그간 많은 논란과 반발을 불러왔으나 정부 여당은 이를 철저히 외면해왔다. 국민적 합의는 물론이고 공청회 등을 통한 충분한 여론수렴도 거치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토론문화는 행정수도 이전문제에선 철저히 자취를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수도이전반대 국민포럼’이 지난달 4일 창립총회를 열고 신행정수도법을 재고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 것은 이미 오늘의 사태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날 총회에 앞서 열린 워크샵에서 전기성 전 한양대 겸임교수는 “참여정부의 핵심과제중 하나인 신행정수도법은 헌법과 국회법에 저촉되고 국민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법”이라며 “이를 폐기하고 지방도시를 균형있게 개발하는 가칭 ‘지방행정도시건설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국회가 국회법에 규정된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과정을 생략한 것은 국회법이 정한 국민의 의견개진권과 헌법의 참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헌법 개정 사항으로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 포럼은 지난 4월 30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헌법과 국회법에 위배되므로 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바 있다.

포럼이 지적하고 있듯이 정부 여당이 몰아붙이듯 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작업은 분명 국민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쪽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으므로 노 대통령의 당선은 곧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으나 이는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조차 받지 못했을 뿐더러 행정수도 이전은 노 대통령의 많은 선거공약 중 한가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선거공약만을 보고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것도 아니다. 노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해서 그가 내건 선거공약들이 모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면, 선거공약을 스스로 뒤집은 노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문책을 해야 하는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해 놓고 결국 이를 뒤집었고 경부고속철도 천성산터널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역사적 사업을 만에하나 정치적 목적달성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이는 정말 망국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가발전이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결정돼야 하며 결정과정이 투명하고 소상하게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지금 이 단계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과연 필요한지, 행정수도를 이전한다면 이전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언제 어떻게 어디로 이전하는 것이 최상의 방안인지 등을 하나하나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 공청회도 갖고 토론회도 열어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외국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국제세미나도 개최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없이 행정수도 이전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극복하기 힘든 국민 갈등과 정치적·경제적 후유증을 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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