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물량 급감속 그나마 공사도 원가이하 낙찰

   대다수 업체가 도산 위기⋯하루빨리 대책 세워야


“대다수 중소 건설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올해 연말에 중소 건설사 대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의 인사 전화에서 한 전문건설사 대표는 30분이 넘게 말을 끊지 않았다. 요지인즉 전문건설사를 포함한 중소 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그에 따르면 외부에서는 정부가 벌이는 4대강 사업이다 세종시 건설사업이다 해서 건설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와 올해 전문업체를 비롯한 중소건설사들의 주 발주처인 전국 지방자체단체에서 나온 공사 물량이 예년에 비해 30~40%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4대강과 세종시 등 굵직한 국책사업으로 정부의 예산이 쏠리면서 각 지자체로 나오는 국비 지원이 대폭 삭감됐다는 것. 일반적으로 지자체의 공사 비용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서 하는데 국비 지원이 크게 줄면서 지자체들이 각종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1군 업체 등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해외 건설경기가 비교적 견고하게 뒤를 받쳐줘 그나마 나은 편인데 전문건설사들은 내수 물량이 급감해 거의 모든 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부의 과도한 원가절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전에는 조달청 등에서 건설·토목 공사를 발주할 때 정부고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표준품셈을 적용해 낙찰 예정가를 산정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것이 실적공사비로 바뀌었다는 것. 물론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가 재정 수입 감소에 따른 부족분을 조달 원가 절감으로 만회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실적공사비가 기준이 되면서 발주를 할 때마다 낙찰 예정가가 계속 내려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감이 없는 업체들이 수주경쟁을 하다 보니 자연히 낙찰가가 내려가고, 내려간 낙찰가가 다음 발주의 낙찰 예정가가 되면서 계속해서 실제 낙찰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이는 당장은 예산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부실공사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사비로 공사를 하다 보면 자연히 부실 자재를 쓰고, 부실한 감리를 하는 부실 공사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제2의 도요타 사태가 조만간 한국 건설에서 터질 것이다” “부실공사로 10년 뒤 제 2의 성수대교 붕괴나 제 2의 삼풍 참사가 터질 것이다”하는 흉흉한 루머가 나돌고 있다.

물론 건설 업계가 힘들다고 정부가 무리하게 없는 공사를 만들어서 건설경기를 강제로 부양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임기 중에 완료하기 위해 3~4년 사이에 더욱 시급한 각 지역의 현안까지 미뤄가면서까지 강행해서도 안 된다. 최근 각 종교계가 4대강 사업에 잇달아 우려를 표시하는 것도 4대강 정비라는 장기적인 플랜에 문제 제기를 하기보다는 추진 절차와 과정에서의 무리수를 지적하는 경향이 크다.

건설 산업은 정보기술(IT) 분야처럼 그 폐해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대의(4대강)를 위해 작은 것을 장기간 희생 시킨다면 향후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 업계의 우려처럼 부실공사로 인해 향후에 대형 붕괴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소 건설사 업계에서 “마른 수건을 짜야 할 극한 지경에 처했다”는 체념 섞인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대기업의 하도급 대금 지급 횡포를 방지하고, 관급공사에 주 계약자 공동도급제를 실시하는 등 하도급 업체의 보호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같은 제도상의 권고는 거의 힘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수주가 아쉬운 판에 6개월 짜리 어음을 받고서도 항의 조차 못하는 하도급 업체들의 속앓이를 정부는 아는 지 모르겠다.

정부가 국정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전문건설사를 비롯한 하도급 업체를 살려야 한다. 풀 뿌리가 말라 죽기 전에 물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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