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지하철 km당 건설비(용지보상비 제외)는 570억원으로 470억원인 싱가포르에 비해 21%를 더 소요하고 있다. 지름 15m인 도심지 터널공사 km당 비용도 독일의 경우 208억원이나 우리나라는 246억원을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경쟁력 저하 심각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지난 40년 동안 국민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국내경기 진작,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통한 자립경제 기반 구축에 공헌해 왔다. 또한 연간 수 십조 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이 인프라 구축에 투자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건설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및 건설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3년도 건교부 R&D 예산은 724억원으로 건교부 예산 15조원의 0.4%, 국가 R&D 예산 5조 6천억원의 1.3%에 불과하였다. 건설기술 분야는 정부 R&D 사각지대인 셈이다.

정부 투자 사각지대

이러한 우리의 예는 건설산업의 위기 시 오히려 발전전략을 강화한 미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95년 미국은 10년에 걸쳐 8조 4천억원을 투자하는 건설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즉, 건설산업에서 생산해 내는 시설물의 성능과 품질 고급화를 통한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건설산업의 경제성 향상을 통해 세계 건설산업 주도, 친환경적 건설로 국민에게 지속가능한 정주환경 제공 및 부존자원 최대 연장, 자연재해 및 건설시설물로 인한 재해방지 등의 네 가지를 국가차원의 건설산업 미래비전으로 제시하였다.

건설산업은 인류문명과 생을 같이한 전통산업임에 비해 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정보기술(IT)등은 21세기 첨단기술이다. 그러나 미국 건설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방치해 두거나 건설산업에서도 기술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국 그 피해가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위기의식이 BT·IT 등과 같은 첨단산업의 발전전략과 동일한 위치에 건설산업의 비전과 전략을 올려놓은 것이다.

IT등과 전략적 제휴 필요

또한 국가가 수립한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건설산업이 선택한 목표 중의 하나가 바로 주택이나 교량 등 건설상품을 사용자인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50% 단축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건설산업에서도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기술수준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테크노 헤게모니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러므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설산업이 지난 20세기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일조한 전통산업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IT 등 새로운 기술과의 접목, 타 업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래에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입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1천 5백 여 개의 연구과제를 수행하였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60개 과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20조원에 이른다.

약 680억 달러에 이르는 우리나라 연간 건설지출 중1%를 R&D로 지출하여 5%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4%인 27억 달러의 직접편익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구성 증진으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의 절감, SOC 효율 증진, 환경부하 절감, 경기부양, 고용창출 등의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속적 국가 성장 및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건설기술 분야 R&D 투자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우선순위가 두어져야 한다.

기술투자 확대해야

다행히도 얼마 전 건설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건설산업 선진화 기획단’이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건설교통부가 학계·업계·연구기관 등 각계 전문가들로 선진화 기획단을 구성, 오는 6월까지 건설산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제도개선·기술경쟁력강화·생산기반확충·신건설수요창출을 목표로 세부 추진과제를 선정키로 했다. 특히 기술력 강화를 위한 R&D 예산 확충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기술의 변화는 시장에서의 경쟁구조를 변화시키며, 시장환경의 변화는 또 다른 기술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변증법적 과정을 통하여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그러므로 이번 기획단 활동을 통해 건설산업이 고부가가치 국가 전략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술력 강화 방안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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