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아직 합일점을 찾지 못한듯 보인다. 분양원가는 차치하고라도 공공택지 땅값공개도 여의치 않은 것 같다.

건설교통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26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공공택지 땅값 공개시점을 7월로 미루기로 했다. 건교부는 올들어 분양원가 공개압력이 거세지자 3월말까지 화성동탄, 용인동백, 고양풍동 등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공급한 100여개 공공택지의 땅값을 공개하겠다고 지난 2월초 밝힌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공공아파트 분양원가를 오는 7월부터 공개한다는 방침이었으나 26일 당정협의 과정에서 건교부의 입장을 반영, 주택공급제도검토위원회의 충분한 검토 및 공청회 절차를 거쳐 상반기중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발 후퇴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최초로 요구했던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27일 성명을 내고 열린우리당과 건교부가 당정협의에서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상반기중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판하고 즉각적인 분양원가 공개를 촉구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분양원가나 공공택지 땅값 공개는 결코 정치적 흥정거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둔다. 더욱이 분양원가 공개가 ‘경제정의’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해 둔다. 아파트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상품이다.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든 삶의 터전으로 삼든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판단할 사항이다.

아파트 가격이 뛴다고 아파트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면, 연립주택 가격이 뛰면 연립주택 원가도 공개하게 해야 할 것아닌가. 단독주택 가격이 뛰면 단독주택 가격을 또 공개하게 해야 할 것아닌가. 왜 주택만이 문제인가. 다른 상품들도 무엇이든 가격이 뛰고 이익이 많이 남으면 원가공개를 요구해야 형평성이 맞다. 이것이 경제정의에 더 가깝다.

터무니없이 주택가격이 비싸거나, 가격에 비해 질이 떨어지거나 미래 투자가치가 없다면 정부나 소비자단체가 나서 주택을 사라고 외쳐도 소비자들은 콧방귀만 뀔 것이다. 주택을 사고 안사고는 전적으로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아파트 값을 강제로 떨어뜨린다고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당첨자들의 불로소득만 보장해줄 뿐이다.

사실 아파트 분양가 문제는 토지가격에서 출발한다. 건축비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토지개발이익을 누가 갖느냐는 싸움일 수 있다.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들의 큰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공공택지였던 땅은 없다. 농민이나 서민들의 사유지를 공권력이 수용권을 발동해 강제로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 토지에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논란은 이 이윤을 서로 갖겠다는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출발이다. 사태가 잘못 진전되면 앞으로 정부의 토지수용 자체가 벽에 부닥칠 수 있다.

정부는 이 참에 토지수용제도 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택지개발이익을 토지소유자들과 함께 나누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발 이익을 공평하게 나눈다면 토지소유자들이 지금처럼 수용에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고 토지개발 이익에서 비롯된 분양원가 공개논란도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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