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문화재의 복원이 아니라 생태적 개선이다

청계천 복원이 처음으로 거론되었을 당시만해도 그 아이디어는 신선하지만 과연 가능하겠느냐 하는 의문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청계천 바닥이 햇빛을 보게되었으며 복원공사가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 청계천 복원은 단순한 하천복원의 의미를 넘어 우리국민의 친환경적 의식을 일깨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동시에 도시건설의 관행을 혁신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하천복개 계획을 세웠거나 세우고 있던 지자체에서는 복개 계획을 전면 중단했으며, 더 나아가 이미 복개된 하천의 복원계획을 세우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청계천 복원은 지속가능도시의 상징이되고 있다.

최근 청계천 복원과 관련하여 조경의 역할이 도마위에 오른바 있다. 조경은 보존이 아닌 개발 지향적이며, 청계천 복원에서 예산이 충분치 못하면 조경은 없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했다. 이러한 의문은 조경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나무심어 치장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음에 기인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조경 도입 초기인 70년대 초반에는 조경이 ‘나무심는 분야’로 이해되던 때도 있었으나 30여년의 성상을 거치면서 ‘옥외공간 혹은 토지의 종합적 계획·설계·시공 분야’로 자리매김해왔으며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어느정도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조경이 없는 옥외공간은 상상하기 어렵다. 마치 골격만 있고 살과 피부가 없는 사람을 보는것과 같을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옛 문화가 남긴 흔적들을 가능한 한 지키거나 다시 재현하려는 노력 속에서 사람들의 활동을 새로 담는 것이 조경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조경은 3차원의 공간, 4차원의 시간성에 더해 5차원인 의미 혹은 역사·문화를 토지에 담는 “5차원의 토지예술”이라고 정의 내린다. 수 많은 사례 중 서대문독립공원의 조경은 옛 서대문형무소 건물의 초석(礎石)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에서 내용이 짜였던 예다.

생태적 또는 친환경적 접근의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들기도 쉽지 않다. 여의도 샛강이나 길동생태공원의 습지 그리고 난지도의 하늘공원은 바람에 흔들리는 수많은 억새밭으로 자연과 생태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고 있다. 순천만의 갈대밭을 지킨 주역도 조경인이었고 서울시로 하여금 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벌이게끔 한 주역도 역시 조경인이었다.

청계천은 홍수범람의 문제와 도시하수의 처리, 그리고 모자란 도로면적을 증가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복개가 이루어진 후, 시대가 바뀌어 잃었던 하천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수표교와 광교가 원래 있었던 그 자리에 원형 그대로 복원 되기를 우리 모두는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완전복원이 어렵다해도 청계천 복원사업의 역사적 의미는 감소되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21세기에 돌아오는 청계천은 조선시대의 원래 모습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하며, 홍수범람 등 과거의 문제를 해결한 뒤 현시대적 소망과 요구를 담아 ‘새롭게’ 돌아오는 하천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청계천은 ‘완전히 복원’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생태적 문화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진정한 본질은 ‘박제된 문화재의 복원’이 아니라 청계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옛날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 시대의 공간언어로 담아내고,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청계천으로 되돌리는것’ 이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은 과거지향적이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시발점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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