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래 최대 역사, 고속철 개통

백지화 논란, 부실공사·도심통과 문제등 온갖 역경 딛고 착공부터 12년만의 결실

‘육상교통의 혁명’, ‘단군 이래 최대 역사’등 각종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고속철도가 4월1일 마침내 개통됐다. 세계에서 5번째이자 1992년 천안-대전 시험선 구간에서 첫삽을 뜬 지 12년만의 결실이다.

고속철도(KTX, Korea Train eXpre ss)는 사업계획을 2차례나 전면 수정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한국철도 100년 역사의 새 장을 여는 큰 성과일 뿐만 아니라 대륙횡단철도 연결 등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국가 물류망의 기본 축인 경부고속도로의 용량 부족에 따른 수송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1970년대 초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 60년대 이후 정부는 산업화와 함께 도로 중심의 교통망을 확충해 갔으나 경부축으로 인구·산업이 집중되면서 국토의 불균형 개발이 심화됐고 수송능력도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이 때문에 경부축의 수송난을 덜기위한 방안으로 지난 83년 경부고속전철 도입타당성 조사를 거쳐 89년 5월 서울-부산 고속철도 신선 건설방침이 결정됐다. 철도청은 곧바로 기술조사(89.7-91.2)에 착수하는 동시에 89년 12월 ‘고속전철건설 기획단’을 발족, 고속전철 건설 기본계획 및 세부 시행계획 수립 등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이듬해 6월에는 기술조사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천안(아산)-대전-대구-경주-부산(409㎞)’으로 노선을 확정됐으며 92년 3월에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전담할 조직으로 ‘고속철도건설공단’을 발족했다.

공단 발족 이후 세부노선 확정, 환경 및 교통 영향평가 등 고속철도 건설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1992년 6월 천안-대전 고속철도 시험선 구간을 착공했다. 고속철도 시스템으로는 프랑스의 TGV, 일본의 신칸센, 독일의 ICE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였으나 1994년 6월 속도와 안전성 등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프랑스 TGV가 최종 낙찰됐다. 하지만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1993년 12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는 후보자간 득표 경쟁으로 고속철도 백지화 주장이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며 차기 정권으로 이양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95년부터는 부실공사 논란 등 경부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각종 기술적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국민들의 우려와 안전에 대한 강한 의문을 샀다.

토지매입에 따른 보상문제와 정차역 추가설치 요구, 대전·대구 도심구간의지상·지하화 논란, 경주노선 계획변경 등 주민, 자치단체의 다양한 요구들이 곳곳에서 분출됐다. 결국 98년 8월부터 99년 1월까지는 고속철도 전 구조물을 대상으로 미국 안전점검 전문회사인 WJE의 안전 진단을 받아야 했다.

특히 물가상승, 설계보완 등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결국 98년 7월에는 서울-부산 전구간을 별도의 신설노선으로 건설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 동대구-부산 등은 기존선을 활용하도록 하는 등 건설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98년 4월 마침내 프랑스 알스톰사에서 제작한 고속열차 2호 차량이 도입되면서 천안-오송 시험선에서 시운전이 본격 시작됐다. 또한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경부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호남선에도 고속열차를 투입키로 하고 2001년 10월부터 8천7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3년여만에 서대전-목포 256.3㎞를 전철화했다.

2003년에는 운영준비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시운전에 들어가 11월과 12월에 각각 서울-부산, 서울-목포 전 구간에서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올 1월부터는 실제 운행상황과 같은 상태에서 막바지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로는 2단계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 개통이다.

경부고속철도는 1단계로 1일 우선 개통했지만 2단계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경주를 경유하는 대구-경주-부산 구간(130.4㎞)에 다시 신선을 깔아야 비로소 완전 개통하게 된다.

호남고속철도도 지난해말 교통개발연구원 용역 결과, 서울(수서)-향남-중부권분기역(천안·오송·대전)-익산-송정리-목포 노선이 정해졌다. 하지만 이 노선은 경제적 타당성, 중부권 분기역 논란, 재원 확보 문제 등으로 오는 2020년께나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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