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교통체계상 고속철 역할 〈상〉

물류비용 획기적으로 절감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해야 고속철 노선 중심 지역개발 활성화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건설교통부 고속철도담당 주무실장을 맡아 고속철도건설을 추진해 고속철도 개통에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는 이헌석 서울산업대학교 철도대학원 원장의 글을 2회로 나눠 싣는다.

단군이래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규모라고 하는 12조7천억원을 투자한 1단계 경부고속철도와 8천700억원을 투자한 호남고속철도의 개통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고속전철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을 통해 미루어 알 수 있듯이 고속전철이 가져올 변화는 우리가 목말라 하고 있는 국민 1인당 소득 2만불 시대와 동북아 물류중심지 구현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경제활동의 대동맥인 서울-부산, 서울-목포간을 각각 2시간40분 및 2시간58분에 주파하는 고속전철 노선을 따라 지역경제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고속철도 노선을 따라 전국 도시들이 한나절 생활권으로 바뀜에 따라  서울을 중심으로 한 편중된 개발이 그치고 지방 고속철도 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이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고속철도인 TGV가 정거하는 도시들이 국제비지니스센터·고급업무 단지·주거빌딩을 건설하는 등 발전하고, 고속철도노선을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증가하고, 여행관련업이 발전한 사례 및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이 정거하는 지역의 인구증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는 것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고속전철의 개통은 철도화물운송에도 숨통을 트이게 하여 대용량 고속 철도화물운송이 활성화됨으로써 동북아 물류 중심지 구축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게 될 것이고, 남북철도가 연계될 때 동북아 유라시아 대륙운송을 활성화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 철도역사의 한 획을 긋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고속전철의 운행은 철도 서비스와 안전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어 여기서 터득된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세계 철도시스템을 개발하고 연간 700억달러(2000년기준)에 달하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세계 고속철도 시장은 향후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바람직한 우리나라 21세기 국가교통체계 모습을 제시한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교통체계는 국가차원에서 각 교통수단과 시설들의 연계뿐만 아니라 국토의 여건, 경제상황, 중시되는 새로운 가치, 기술변화 및 예견되는 미래 상황 등을 반영할 수 있고 개별 교통수단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복합교통체계의 관점에서 교통 투자가 개인, 기업,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견할 수 있게 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교통투자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교통에 관한 기본적인 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교통체계는 만연된 교통혼잡, 높은 물류비용 및 교통사고 사상률, 공해 증대, 교통투자의 효율성 저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로 중심의 편향된 시각과 교통정책·교통투자가 지속되는 현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통철학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교통철학의 부재로 교통투자가 바람직한 측면에서 결정되지 않고 도로의 병목현상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결과적으로 도로위주의 투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도로위주의 투자는 도로의 병목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를 단지 다른 장소 또는 시간으로 옮겨 놓을 뿐이다. 〈서울산업대학교 철도대학원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