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대란 전국 현장 타격

강원도 필요물량의 10% 확보그쳐
경북에서는 100여개 공사 중단위기

전북지역 학교 증·개축 줄줄이 무산
광주·전남은 대형 관급공사들 차질



전국적인 철근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수해복구 공사와 지하철 공사, 학교 증개축 공사 등 관급공사는 물론 일반 건설공사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는 등 각종 공사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5일 조달청과 각 자치단체,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해 태풍 ‘매미’등으로 인한 수해 복구공사에 필요한 9만3천여t의 철근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2차례구매 입찰공고를 냈으나 철근업체들이 아예 입찰에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구매 방법을 계약 즉시 결제가 가능한 비축구매로 전환하고 입찰도 수의계약으로 변경하면서 4일 재입찰 공고를 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철근 공급업체들이 일반에 팔 때보다 t당 20만원 이상 싼 조달청 입찰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의 지지부진한 철근 구매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은 강원도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수해를 겪은 강원도 동해안 시·군은 본격적인 공사 시행을 앞두고 철근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내 9개 시·군이 수해복구를 위해 필요한 철근은 4만2천44t이지만 지금껏 겨우 10%에 불과한 4천275t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강릉시는 1만2천800t의 철근이 필요하지만 겨우 1천t, 동해시는 2천439t 중 310t, 삼척시는 8천193t 중 680t, 평창군은 1천400t 중 50t을 각각 확보했을 뿐 고성군을 제외한 전 자치단체가 철근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시·군은 긴급공사의 경우 설계변경을 통해 t당 40만원선이던 철근을 70만원선에 민간으로 부터 구매해 공사를 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소요량을 확보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북 안동시는 철근 파동으로 공사가 중단된 60여개 공사 가운데 90% 가량이 수해복구공사이며, 영주시와 청송·영양·울진군 등 다른 경북 시·군들도 역시 40여곳의 수해복구공사가 시작도 못하거나 중단될 위기에 있다. 수해 복구공사와 함께 학교 신·증축공사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의 경우 내년에 개교하는 9개 학교 신축공사에 6천여t의 철근이 필요하지만 현재 1천200여t만을 확보하는 데 그쳐 당장 다음달부터는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지난해 착공, 올해 완공 예정인 경남 진해시 안골도초등학교 등 초등학교 9개교와 진주 신진중학교 등 중학교 4개교 등 경남도내 13개교의 신축 공사도 철강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기 연장을 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8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30학급 규모로 신축하고 있는 진주 신진중학교의 경우 내년 3월 개교예정이나 이달 현재 겨우 건축자재만 확보했을 뿐 이후 필요한 자재확보는 불투명하다. 또 하동 진교초등학교 도서관 신축공사와 하동 화개중 강당 신축공사도 각각 65%, 35% 공정을 보이고 있으나 역시 철강 부족으로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북 남원시교육청은 남원초등학교 교사 증.개축 공사에 필요한 철근 245t을 공개경쟁을 통해 구매하려 했지만 입찰 참가업체가 단 한 곳도 없어 무산됐고, 지원중학교 이전·신축공사를 착공할 계획인 익산시교육청도 철근 707t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두차례 구매입찰을 했으나 철강업체가 등을 돌리면서 모두 무산됐다.

광주·전남지역에선 지하철공사나 연륙연도교 사업 등 대형 관급공사가 ‘철강 대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광주 서구 치평동-광산구 옥동 구간 총 8.12㎞의 광주지하철 1호선 2구간의 경우 오는 2005년말 완공할 예정이나 8,9,10공구는 부족한 철근때문에 공기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1.4분기 기준으로 9공구는 소요물량 882t중 단 1t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고 10공구는 2천955t 중 1천25t, 8공구는 1천756t 중 767t만 확보했을 뿐이다. 또 지난해 착공해 오는 2005년 7월 준공 예정인 광주전시컨벤션센터는 944t중 20%인 194t만 확보하는데 그쳐 공기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담양-장성북하(1.9㎞) 구간과 구례-광양(1.3㎞) 구간 등 전남도내 도로 확장 및 포장공사도 철강이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고 신안 압해대교와 여수 백야대고, 거문도 연륙교 등의 연륙연도교 공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반 건설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에 7개 아파트 단지를 건설중인 모 대형건설업체는 철근 공급량이 평소대비 30~40%에 그쳐 골조공사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구지역 중소건설업체인 D사는 경북 청도군에서 발주한 10억원 규모의 노인복지회관 신축공사를 기초 레미콘 타설작업만 끝낸 뒤 최근 공사를 중단했고, 포항시 죽장면과 구미시 도개면 국도건설 공사도 도로변 옹벽작업에 들어갈 철근이 없어 아예 시작을 못하고 있다.

제주지역도 철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철근반입량이 작년에 비해 50% 정도 감소하자 건설업체들이 신규 공사 착공을 기피해 공사 물량이 평소의 30%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일용직 잡부들이 일감을 찾지 못하면서 생계유지를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달말까지 비닐하우스를 설치해야 하는 제주 한라봉 감귤 재배농가들은 비닐하우스 제작용 쇠파이프가 작년에 비해 20% 가량 가격이 올랐음에도 공급이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편 대구지역에서는 고철값이 지난해 11월 ㎏당 150원에서 최근 300원까지 2배가량 상승했으나 이마저도 수집상들이 고철값 상승을 예상하고 매각을 기피하고 있어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고물상은 고철값이 계속 오르자 평소 3t만 수집해도 매각했던 고철을 최근에는 5t이 돼야 팔고 있으며 그나마도 당분간은 매각을 하지 않고 수집만 한다는 방침이다. 〈최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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