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비즈

골프 격언-■ 위기를 맞이했을 때 골프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가 크게 드러난다. - 이사오 아오키

무술의 고수들이 숨은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겨루는 것은 자신이 최고임을 입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고수를 찾아 무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나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얼치기 고수는 자신이 최고임을 입증하기 위해 겨루지만 진정한 고수는 자신을 이길 자가 없다는 자만을 깨뜨리기 위해 고수를 찾는다고 한다. 참된 무술인에게 한 수 위의 고수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요 축복이다.

골프에도 무술과 비슷한 세계가 존재한다. 어설픈 골프 고수는 자신이 싱글골퍼임을 사방에 소문내고 하수들을 만나면 얕보거나 가르치려 드는 성향이 강하다. 골프의 진수를 깨달아 가면서 골프에 대해 아는 체 하는 것이 부끄러워지고 무르익어 갈수록 말수가 줄어들고 차마 골프깨나 친다는 말을 하기가 겁난다.

모처럼 자신의 초라함을 확인시켜 주는 고수를 만났다.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골프 얘기가 나오자 모두들 말을 가로채기에 바빴다. 한참 얘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한 분이 조용히 자신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상사로부터 골프를 배우라는 말을 듣고 그게 뭐 힘들까 싶어 게으름을 피우다 상사와 함께 라운드를 한 뒤 혹독한 창피를 당했다. 연습장을 다녔는데도 필드에서는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라운드에서 돌아오자마자 연습장에 등록한 뒤 퇴근과 동시에 연습에 매달렸다. 하루 평균 1,000개 이상 치고 어떤 때는 연습장 문을 닫는 시간에도 주인에게 열쇠를 받아내 혼자 연습하고 했다. 그러기를 2년 정도 하자 완전한 싱글이 되었다. 골프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며 콧대를 세우던 선배들을 하나하나 꺾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골프장으로 달려 나가고 평일에도 새벽 심야를 가리지 않고 연습장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가정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도가 더해가는 아내의 불평은 귓전으로 흘렸다.

어느 날 퇴근해 집 대문 앞에 선 그는 깜짝 놀랐다. 대문 앞에 골프백과 보스톤 백이 놓여 있었다. 가방 위에는 쪽지가 있었다. “이제부터 좋아하는 골프나 실컷 치며 사세요.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어요. - 아내가”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대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어 사정사정 했지만 아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며칠 친구 집에 있다가 간신히 집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지만 골프와 결별하지 않았다. 이후 골프 때문에 몇 번의 이혼 위기를 맞았으나 아내를 골프에 입문시켜 재미를 붙이게 한 뒤 골프로 인한 긴장관계를 해소할 수 있었다.

거의 매번 언더파를 치고 5언더 파를 돌파하는 게 목표라는 그는 한창 골프에 빠진 후배가 비법을 묻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연습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 죽자 사자 연습 한다고 치고 다섯 가지만 말하겠다.”며 자신의 팁을 털어놓았다. 첫째 스윙 할 때 왼쪽 어깨는 수평이동을 유지하도록 한다. 볼을 정확히 맞히기 위한 방법이다. 둘째 백 스윙은 타원형의 호를 그릴 수 있지만 다운 스윙 때는 직선형으로 낙하하도록 한다. 그래야 헤드스피드가 높아지고 파워가 붙는다. 셋째 클럽을 잡은 양손이 볼과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확실한 로테이션(회전)이 이뤄지도록 하라. 역시 헤드스피드를 가속화하는데 지름길이다. 넷째 왼쪽 엄지 손가락으로 볼을 친다는 이미지를 가져라. 임팩트를 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섯 째 거리는 힘보다는 부드럽고 확실한 팔로우 스윙이 만들어낸다는 믿음을 가져라.

많은 연습과 실전에서 우러나온 그의 팁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바이블이 될 수 없고 복음을 전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저만치 앞서 골프의 정글을 헤쳐 나가는 사람의 깨달음이니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참고사항은 되기에 충분한 레슨이었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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