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들을 걸으며
무심코 지나치는 들꽃처럼
삼삼히 살아갈 수는 없을까

너와 내가 서로 같이
사랑하던 것들도
미워하던 것들도
작게 피어난 들꽃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산들산들
삼삼히 흔들릴 수는 없을까

눈에 보이는 거 지나가면 그 뿐
정들었던 사람아
헤어짐을 아파하지 말자

들꽃처럼
들꽃처럼
실로 들꽃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산들산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삼삼히 그저 삼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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