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수의계약제도가 계속 말썽을 빚고 있다.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힐만하다.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전면 폐지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그렇다. 몇몇 영향력 있는 업체들의 배불리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그냥 두고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

지난 26일 감사원은 특정업체에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편파적으로 배정한 레미콘조합을 비롯해 12개 조합의 비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단체수의계약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빈번하게 저질러졌다고 보고 이달부터 전면적 감사에 들어가 단체수의계약의 축소·폐지를 포함한 근원적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어느 교육청은 자체 발주한 중학교 교사신축 및 부대시설공사에 사용할 레미콘 4천53㎥의 단체수의계약을 레미콘공업협동조합과 체결하면서 특정업체에 물량을 배정해 줄 것을 요구해 레미콘조합이 물량배정기준을 어기고 이 특정업체에 물량을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량배정 비리는 레미콘조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2년 3월 15일부터 2003년 7월 21일까지 37개 구매기관이 18개 중기관련 조합에 대해 특정조합원에 특혜를 주도록 강요해 부당한 물량 배정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물량 배정이 불공정하다보니 전체 287만여개 중소기업 가운데 0.6%에 불과한 1만7천개 업체가 단체수의계약의 특혜를 독식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나머지 99.4%나 되는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비리의 온상이 된데는 중소기업청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단을 알면서도 제도 개선을 소홀히 하고 조합을 옹호하는데 급급해왔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단체수의계약제도의 문제점이 불거질 때마다 제도 개선을 외치고 나왔지만 아직껏 별로 달라진게 없다. 단체수의계약제도의 공명성·투명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단체수의계약 의존도 완화및 수혜업체 확대 유도 또한 공염불에 불과했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장래성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보다 조합의 몇몇 기존 업체 보호에만 치우치고 있다. 이로인해 경쟁이 배제되고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은 뒷전이 돼버렸다. 유능한 중소기업은 오히려 피해를 보고있다.

특히 구매의 비효율성, 시장질서 교란, 조합간부의 불공정 물량배정 시비 등 문제점까지 얽히고 설켜있다. 지난2001년 산업연구원에서 공공 구매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단체수의계약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쟁제한적 요인’(32.5%) ‘물품배정의 불투명성’ (27.5%) ‘품질에 비해 높은 가격’(25.8%)등이 지적됐다.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했던 1960년대에 도입된 단체수의계약제도가 경쟁과 효율이 중시되는 오늘날에도 타당한 제도가 될수는 없다. 더군다나 각종 비리로 얼룰진채 몇몇 기업의 배불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대표적인 카르텔로 지목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원장이 ‘한국경제의 10대 불가사의’를 열거하면서 그중 하나로 “중소기업 보호·육성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더 약화됐다”고 예를 든 사실을 중기청은 가슴 아프게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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