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원인규명으로 군은 추락한 신뢰 되찾고 46명 희생 헛되지 않게 남은사람 책무 생각할때


46명 젊은 해군 장병의 생명을 앗아간 침몰한 천안함 사고로 지난 한달 가까이 온 나라가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졌다. 신문은 연일 관련 기사를 6~7면씩 할애해 대서특필했고, 방송사들은 모든 뉴스를 천안함 관련 보도로 도배했다. 일부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은 하루 온종일 천안함 관련 보도를 하는 바람에 다른 뉴스를 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면 어김없이 천안함 사고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의 논쟁이 벌어졌다. 

한창 뜨겁게 달아오를 시기가 된 6ㆍ2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열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천안함 태풍이 모든 이슈들을 삼켜버렸다.
침몰 20일만에 천안함 함미를 인양해 희생 장병들의 시신이 상당수 수습됐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사고 원인에 따라 정국과 남북 관계에 엄청난 핵폭탄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한 외부 폭발로 결론이 날 경우 사고 원인은 ‘북측의 도발이냐’ ‘우리 군이 예전에 심은 기뢰 폭발이냐’로 압축된다.

북의 도발이라고 가정할 경우 즉각적인 군사 보복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남북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북측의 6자 회담 복귀를 비롯해 최근에 나돌던 남북 정상회담도 물 건너간다. 이미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고, 개성 공단도 내일을 장담하기 어렵다. 북 잠수정의 침입과 도주를 눈치 채지 못한 군 당국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우리 군이 예전에 매설한 기뢰에 의한 폭발이라는 결론이 나와도 문제다. 우선 국민들이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군 당국은 천안함 폭발 사고 이후 발생 시각을 4차례나 수정하는가 하면, 침몰 수역에 부표 설치를 않고, 함미 절단면 공개 입장을 오락가락하는 등 미심쩍은 대처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청와대 측도 북측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북한 개입설’에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에 하나 내부 폭발이나 피로파괴, 암초에 의한 침몰 등으로 결론이 나와도 군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군함과 장병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구조과정에서 보인 무능과 엇박자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이 불신을 씻고 국민의 군으로 거듭 나려면 침몰 원인에 대한 체계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물론 이 조사는 차분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 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면 외부 요인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철저한 수색과 검증으로 물증을 찾아내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국민 앞에 내놓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알릴 것을 알리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처럼 숱한 유언비어와 헛소문이 나돌아 국력소모와 국론분열을 가속화할 것이다. 결코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은 원인 조사와 그 결과를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천안함의 침몰과 장병들의 희생은 몰지각하고 미성숙한 정치인들의 정략에 이용되어서는 안 될 너무나도 고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고는 최악의 비극이다. 하지만 꽃망울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산화한 46명 장병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안타깝고 슬프지만, 비극에서 교훈과 희망을 건져야 한다. 또 문책이 필요할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 기강을 강화하고, 군 장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단행돼야 한다. 군의 위기 시 대응 시스템도 이참에 전면 수정ㆍ보완 돼야 한다. 그것만이 남은 사람이 먼저 간 사람들의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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