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장기화되자 '대세 하락기'  '바닥기' 등 설 무성

집값은 심리적 영향 크므로 전문가들 전망 신중해야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부동산 경기 전망을 두고 자칭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뉜다. 부동산 불패론의 시대가 가고 대세하락기에 들었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 가하면 거의 바닥에 근접했으며 하반기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답은 무엇일까.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아리송하다. 솔직히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워낙 복잡한 변수들로 이뤄진 함수와 같아 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부동산 취재를 오래하고 현재도 부동산 분야를 주로 취재하고 있는 이유로 지인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집(아파트) 팔아야 돼 아니면 사야 돼”라는 곤란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들은 아마 언론에 난 뉴스를 보고 인터넷을 뒤져 보다가 하도 답답해 부동산 담당 기자라면 뭔가 속 시원한 답을 해주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저는 그 때마다 이렇게 되묻는다. “글쎄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면 자기 입에서 답이 술술 나온다.

“한국 인구가 앞으로 감소할 것이고…,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올해부터 매물이 대거 쏟아진다는데…,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고 있는데…,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는데…, 재건축 아파트도 힘을 못 쓰고 있다는데… 등등”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도 강남과 같은 블루칩의 가격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집 크기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데…, 나이 들수록 전원생활보다는 도심에서 살려고 한다는데…, 물가가 오르면 아파트값은 내리기 힘들텐데…,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강남 서초 등으로 가야한다는데… 등등”

막 나가는 사람은 이런 말도 한다. “집값 폭락한다고 하는데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전세로 살면서 더 떨어질 때 살까요?” 이쯤 되면 ‘타칭’ 부동산 전문가인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밑천이 드러나기 전에 한마디 해야 된다. 그때 하는 말이 있다. “혹시 몇 채 가지고 계세요? 한 채죠. 사거나 팔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마세요. 예상대로 집값이 폭락하면 좋지만 반대를 생각하십시오. 그때는 쪽박 찹니다. 집은 내 눈 앞에서 그냥 사라지고 맙니다.”

실제 최근 이런 분을 만났다. 부동산 전문가가 인터넷에 띄어둔 글을 보고 언론 보도를 보고 집을 팔았다가 현재 오히려 3000만 원 가량 손해 봤다고 하소연했다. 난 참 순진하다고 했다. 주식매매도 그렇게 안 하는데 어떻게 수억원짜리 물건을 그런 식으로 쉽게 사고팔 수가 있냐고….

주택은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관여도가 가장 높은 상품이다. 이런 상품일수록 정보를 신중히 생각해야 하는데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경제학 책에 나와있는대로 최소의 비용을 효율성이 높은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감성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경제학이 전형적인 인간형으로 설정한 합리성을 가진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와 실재(實在) 인간은 전혀 딴 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경제연구소들이 내놓는 부동산 관련 수치도 제멋대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 등을 한국의 경제상황과 금융환경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도 숫자만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등 특정 목적에 맞춰 자료를 왜곡하기도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보다 신중한 전망이 요구되는 시기다.  /김문권 한국경제매거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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