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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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건설’
  • 송영웅
  • 승인 2010.05.10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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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형건설사들, 중국 내 건설 수주 소극적

해외에서 경쟁력 키우려면 전문건설 육성해야

지난주 사회에서 만난 한 대학 후배로부터 뜻밖의 민원 부탁을 받았다. 중국 내륙을 동서로 잇는 170㎞ 길이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이중 1차로 70㎞ 구간을 담당할 한국의 유력 건설사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중국의 한 개발회사가 성 정부에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제안한 것을 성 정부가 승인한 사업으로, 사업 규모만 7,700억원에 달했다. 나머지 공정까지 포함하면 총 공사 규모가 거의 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공사 조건은 30%의 선급금을 주고, 공사 대금은 월 기성으로 받는 일반적인 형태였다.

얼핏 생각에 불황으로 고전하는 국내 건설업체에 도움이 되는 수주일 것 같아 사업을 맡을 수 있는 건설사 물색에 나섰다. 더구나 올해 들어 주택시장이 급랭하면서 국내 건설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라 건설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국내 시공순위 상위 5위 내의 A건설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 회사는 중국에서 도로 공사를 해본 지가 10년이 휠씬 더 됐습니다. 토목공사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건설사보다 10배 이상 규모가 큰 곳이 많고, 기술적으로도 (도로공사는) 국내에 하나도 뒤질게 없는 상태입니다. 더구나 인건비,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이미 중국 업체가 저희에 앞서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중국은 공사 조건이 까다로워서 맡기가 곤란합니다.”

이 건설사 만의 특수 상황이거니 생각하고 또 다른 10위권 내 B건설사 임원에게 공사 수주 의사를 물었다.

그런데 이 건설사 담당자의 답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사장교 같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토목공사가 아니면 중국 일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중국은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워야 하고 감리도 엄격히 하는 등 공사 환경이 좋지 않아 더더욱 못합니다.” A건설사의 입장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두 건설사의 반응을 들으면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 건설사의 토목분야 기술 수준이 중국에 비해서는 한 차원 위에 있다는 점에서 위로가 됐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의 주 활동 영역이 이미 중국 업체들에 잠식 당했다고 생각하니 우려가 앞섰다.

사실 건설 분야 외에도 중국의 추격을 받는 업종은 하나 둘이 아니다.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조선도 컨테이너선 같은 중저가 선박은 중국에 물량을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가전과 자동차, 인터넷 게임 분야도 중국 업체들이 자국의 시장 확대를 앞세워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국내 업체들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수출 경제 대국인 우리를 위협할 가장 두려운 미래의 경쟁자다.

특히 건설 분야에 있어서 중국은 가히 위협적이다. 국내 건설 기술 및 자본력은 반도체나 조선처럼 중국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릴 정도로 크게 앞서 있지는 못하다. 석유·화학·가스·원자력 등 플랜트 분야에서 다소 앞서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대신 중국은 막대한 자국의 건설 물량을 앞세워 회사 규모를 늘리고 경험을 쌓고 있다. 여기에 건자재, 인건비 등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기업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건설시장은 이제 포화 상태에 다다라 국내 업체들은 해외로 나가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별로 없다. 자칫 방심했다간 중국에 추월 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형 건설사들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플랜트와 설계 능력을 높여 선진국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 대신 중국과의 경쟁은 탄탄한 전문건설사를 육성해 담당하게 하는 게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전문건설사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 지원이 앞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송영웅 한국일보 사회부 차장

[송영웅]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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