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도에 소문 흉흉… 주택 건설사들 풍전등화

정부는 방관하지 말고 업계도 새시장 찾아야 생존

부도(不渡). 어음이나 수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지급인 인수인 또는 발행인에게 지급제시를 했으나 지급이 거절되는 것을 말한다.(네이버 국어사전)

 건설업계에 ‘부도 도미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원건설 남양건설과 금광기업 등 주택건설 전문 업체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풍성주택 마저 부도 대열에 합류했다. 얼마 전에는 대우차판매가 최종 부도단계까지 접어들었다가 가까스로 부도를 면했다. 시중에 나돌던 대규모 부도사태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건설 미분양사태로 자금난 악화, △△건설 사채조달도 막혀 등등 미확인 소문마저 돌아다니는 형국이어서 흉흉한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전체가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건설업계의 ‘부도 도미노’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을 정도다.

사실 건설업계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토목 해외건설 등 사업 구조의 포트폴리오가 잘 돼 있는 대형건설사들도 주택 부문의 부진에 고전하고 있을 정도여서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사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정부는 이 기회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쳐 건설업계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연일 건설업계를 때리고 있다. 소비자들도 건설업계가 그동안 고분양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만큼 도와줄 필요가 없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도 내부적으로 수익성과 분양률을 따지지 않은  ‘묻지마 분양’에 대해 자아비판을 할 정도다.

그렇다고 건설업계의 부도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대로 뒀다가는 부메랑이 돼 국민들을 다시 옥죄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시기다. 이 시련의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건설업이 한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달한다.

결코 쉽게 구조조정을 말할 산업이 아니다. 건설업체의 탐욕, 지방 미분양 등을 내세우며 구조조정을 그저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럴수록 연관 산업과의 영향, 고용효과 등을 고려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원인이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분양가 자율화,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규제 등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정책으로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 부동산 버블 논란이 일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건설업체들도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운 틈새시장,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리조트를 싹쓸이 쇼핑한 중국 부자들은 신규 고객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무슨 마술봉이라도 되는 양 보채지만 말고 새로운 시장에 눈을 뜬다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중국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한국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올 1분기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한 건수는 578건으로 지난해 1분기 394건 보다 46.7%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1분기 아파트 취득 건수는 268건으로, 전년 동기 204건 보다 31.4%나 늘었다. 아파트 외 오피스빌딩 상가 토지 등의 취득 건수는 전년 동기 보다 63.2%가 급증한 310건으로 집계됐다.

집값 하락기에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매입했다. 새로운 시장이 보이는 순간이다.

미분양, 자금난 등으로 먹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언제 희망의 빛줄기가 비칠지 모르지만 모두에게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김문권 한국경제매거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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