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트러블샷을 할 때 우선 생각해야 할 일은 더 이상의 트러블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프로골퍼 데이브 스톡턴

칭송과 부러움의 대상으로 벤치마킹 0순위로 꼽혔던 토요타자동차의 위기는 많은 기업에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기술혁신과 원가절감노력, 생산 혁신 등이 세계 1위의 자동차메이커로 부상시켰지만 결국 무리한 원가절감과 설비증강이 오늘의 위기를 자초한 격이 되고 말았다. 토요타의 최강 장점으로 꼽혔던 요소들이 한순간 토요타를 추락으로 내몬 치명적 약점이 되고 만 것이다. 

마라톤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이제 이겼다!’는 생각이 들 때라고 한다. 결승점이 바로 눈앞에 있어도 언제 경쟁자가 뒤에서 튀어나와 따라잡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라토너들은 테이프를 가슴으로 가르기 전까지는 레이스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한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왜일까. ‘이제 이겼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정신과 육체의 긴장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속력을 낼 수 없다. 어서 빨리 쉬고 싶은 생각만 절실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 몇 백 m를 남겨두고 추월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앞서 가던 선수가 한 순간 ‘이제 이겼다’고 생각하면서 정신력과 근력을 모두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앞지르는 선수를 다시 추격하려 해도 이미 정신과 근육은 말을 듣지 않는다. 마라톤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적용될 것이다.

US오픈 사상 최저타(12언더파) 우승,  메이저대회 사상 최다 타수 차 우승, 1~4라운드 선두 독주, 미국골프협회(USGA)주관 4개 간판대회 중 최초 3개 대회 석권(US 주니어선수권 3연승, US 아마투어선수권 3연승)등 US오픈 역사에 길이 남을 각종 기록들을 경신하며 2000년 6월 19일 100회 US오픈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는 “언제 승리를 확신했느냐?”는 질문에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이번 경기는 차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고 히메네스와 해링턴이 버디를 잡으며 추격해올 때는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0년 5월 미 LPGA 코닝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전년도 챔피언 켈리 퀴니와 비키 코에체 애커만, 명예의 전당 멤버인 노장 베시 킹 등 3명이 연장전에 들어가 두 번째 홀을 맞았다. 퀴니와 애커만의 티샷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안착했고 킹의 티샷은 왼쪽 러프로 들어가 투 온이 불가능해 보였다.

갤러리들은 킹이 우승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실황 중계하던 골프채널의 평론가도 퀴니와 애커만 중에 우승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애커만의 두 번째 샷은 핀 3m 전방에, 퀴니의 볼은 핀을 지나 5m 지점에 멈췄다. 애커만의 승리가 예견되는 순간이었다.

베시 킹은 전방에 높은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서 볼을 넘기기도 힘들 것으로 보였는데 노련한 킹의 힘찬 아이언을 떠난 볼은 높은 나무를 넘어 그린에 떨어져 애커만의 볼에 살짝 부딪힌 뒤 핀 2m 거리에 멈췄다. 퀴니는 2 퍼트를 했고 애커만의 첫 퍼트는 들어가는 듯 했으나 홀을 스쳐 비켜 갔다. 마지막 킹의 퍼트는 홀인 됐다.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마지막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라는 골프 격언은 성급하게 승리를 예상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하루해가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이 더욱 아름답고, 한 해가 장차 저물려 하되 귤은 더욱 새로운 향기를 풍긴다. 그러므로 군자는 인생의 끝인 만년에 새로이 정신을 백 배 더해야 마땅하리라.’

명나라 때 홍자성洪自誠이 펴낸 『채근담菜根譚』의 이 구절은 18홀을 맞는 골퍼가 마음에 간직해야 할 말이다. /방민준 골프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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