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음달 시작할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채권은행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인 구조조정 대상업체 가운데 건설업체가 다수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벌써부터 이들 건설업체에 대해 기존대출을 회수하거나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정종환 국토부장관마저 얼마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계상황에 도달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죽을 놈을 살릴 수는 없다”고 말해 건설업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4~5개 중견 종합건설업체의 이름이 포함된 살생부도 나돌고 있다.

정부는 잘못 없나?
‘한계상황’에 봉착한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구조조정에 나선 정부의 논리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지원을 해줘도 끝내 일어설 수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 논리에 부합될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면? 건설업계가 ‘한계상황’에 처한 것은 미분양주택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약 12만 가구, 금액으로 환산하면 30~34조원 규모로 GDP의 3.0~3.3%를 차지한다.

미분양주택이 이처럼 방대한 규모로 적체돼 국가경제를 짓누르게 된 것은 업체들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않고 집부터 짓고 나선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수기반이 무너질 지경이 되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투기지역을 해제한데 이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 업계로 하여금 ‘묻지마 분양’에 나서도록 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죽을 놈은 죽어야 한다”는 정 장관의 발언은 “죽게 이르도록 한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으니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합시다”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 장관의 발언은 위급환자가 병원에 들어왔는데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고 겉모습만으로 사망선고를 한 의사의 발언과도 같다.

전문업계 피해 대책도 마련해야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건설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상상 이상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게 될 종합건설사의 협력업체(전문건설업체)들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소문대로 다음달 구조조정에서 4~5개 종합업체가 퇴출될 경우 수백개의 협력업체 또한 속수무책으로 퇴출되게 된다. 금년초 금호건설이 채권단과의 문제로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게되자 금호건설 협력업체인 전문건설업체 430개가 줄도산을 걱정하며 살려달라고 각계에 호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자재업체까지 포함하면 금호건설 사태는 근로자 15만명의 임금체불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런 후유증을 감안하지 않고 막무가내식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그 여파를 가라앉히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구조조정의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주장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시적 자금경색을 겪는 업체들을 단순히 재무적 요인만으로 퇴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4대강 사업 등 곳곳에서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정부가 건설업계를 죽여놓고 이런 사업을 쉽게 추진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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