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땐 여론 “폭리”비난, 불황땐 정부 “구조조정”압박

“건설이 흔들리면 국가경제도 휘청” 진지한 대책 절실

<삼성전자:매출액 21%, 영업이익 643% 증가로 역대 최대실적 경신. 현대자동차:판매대수 전년동기 대비 25.7% 증가, 영업이익과 순익은 356%와 401%로 급증>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올 1분기 실적이다. 굳이 따로 설명 하지 않더라도 이들 양대 기업이 지난 1분기 동안 얼마나 큰 이익을 남겼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을 수치들이다.

만약 이 같은 경영 성적표가 건설업체들의 것이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두고두고 집 팔아 엄청난 ‘폭리’를 취한 부도덕 업체라는 얘기를 들으며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정부나 시민단체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추진하며 건설업계를 압박한 무기도 이른바 ‘폭리’ 논쟁이다.

왜 같은 기업 활동임에도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처럼 전혀 다른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일까. 한쪽은 이익창출이라는 기업의 본연에 충실했다며 박수를 받고 또 다른 한쪽에는 조금만 이익이 커지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일까.

기자생활 16년중 3년을 뺀 13년 동안 건설업계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의 눈에는 지금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이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나가면 잘나간다고 욕먹고, 지금은 또 어렵다고 어디 제대로 하소연도 못하는 처지다.

“죽을 기업을 살릴 수는 없다”는 정부의 강경 발언이 나온 이후로는 그나마 앓는 소리조차 못 내고 6월말로 예정된 건설업 구조조정 심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가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현 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의 편리한 인식이다. 부동산 시장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심각한 폭락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며 안정 기조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안정 논리의 근거로 통계를 제시한다. 최근의 집값 변동률과 미분양 통계가 그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분명히 집값 하락률이 미미하고 미분양아파트도 줄고 있다. 하지만 이 통계란 것이 속을 뜯어보면 신뢰성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것은 통계 작성자 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가 인용하고 있는 아파트시세 통계를 제공하는 한 은행 관계자는 “호가란 것이 말 그대로 중개업소에서 불러주는 것을 적는 것이고 그 많은 아파트 가격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미분양현황 역시 이를 검증할 방법은 없어 그냥 업체들이 불러주는 대로 집계한 것에 불과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월 이후에는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혜택도 없어진데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데 미분양 물량을 곧이 곧대로 신고하는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편리한 인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독자 생존이 어려운 업체를 정리하겠다는 확고한 구조조정 의지는 있는데 그 결과가 낳을 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도, 대응책도 보이지 않는다.

“직간접적으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가 38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부양가족을 따진다면 줄잡아 1,000만명입니다.” 정부가 건설업 구조조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한 건설사 CEO가 한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건설산업의 구조는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가 수직적 분업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좋든 싫든 현재의 하도급 구조로는 전문건설업체가 일반건설업체의 생사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나마 일반제조업의 경우 조그만 중소기업이라도 공장이나 설비라도 갖고 있으니 낫지만 오로지 기술과 인력에 의존하는 전문건설업계는 금융권의 홀대를 면키 어렵다.

만약 건설사 부도 도미노가 일어난다면 협력업체들로서는 대책 없이 앉아서 도산의 위험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부 주장대로 건설업은 과거처럼 국가 경제의 견인차가 더 이상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설산업이 휘청거리면 국가경제가 무너질 수 있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정두환 서울경제신 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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