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동인천역에서 내려 「민들레국수집」(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032-764-8444)의 위치를 물으면 화도진공원 근처의 화도고갯마루를 찾아가라고 일러준다. 화도(花島)는 우리말로 꽃섬. 「민들레국수집」간판은 A4 용지 크기여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에 300~500명의 배고픈 이들이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서울에서도 찾아온다.

2003년 4월 서영남씨(56ㆍ베드로)가 6인용 식탁 하나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24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버젓한 식당으로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 지난 2월까지 국수집 인근에 「민들레의 집」 「민들레꿈 공부방」 「민들레꿈 어린이밥집」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등을 잇달아 열었다.
민들레가 씨앗을 ‘훨훨’ 날려 보내듯 민들레국수집을 중심으로 사랑의 꽃섬을 이룬 것이다.

「민들레국수집」에 국수는 없다. 초창기 며칠동안만 국수를 대접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밥과 5~7가지의 반찬을 뷔페식으로 제공한다. 이곳에는 벽면에 작은 십자가가 걸려있을 뿐 모든 것이 자율이다.

달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민들레꿈 공부방」과 「민들레꿈 어린이밥집」은 서씨의 부인 강 베로니카 씨(53)와 딸 서희 양(27ㆍ모니카)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부인은 동인천역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수익금을 민들레 사업에 내놓는다.

「민들레의 집」은 자립할 가능성이 있는 노숙인들의 단칸방이다. 서씨가 어렵게 보증금을 마련해서 얻어준 여러 곳의 방에서 현재 35명이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는 노숙인들이 찌든 몸을 씻고 쉬면서 상담도 하고 인터넷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현재 40여명이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 서씨는 2008년 MBC사회봉사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무료급식소 민들레국수집 서영남씨
  8년째 노숙인들 자활돕는 전직 修士  
  부인, 딸과 월2회 전국교도소 나들이
  “더불어 섬기며 함께 사는 세상이 꿈”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씨가 식당 앞에서 환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씨는 “민들레국수집은 배고픈 사람들에게 동정을 베푸는 곳이 아니라 그들을 섬기는 공동체”라며 “미국의 도로시 데이 여사가 1930년 대공황직후 뉴욕에서 창설한 무료급식소 「환대의 집」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들레국수집」은 자원봉사자들의 섬김과 후원자들이 보내주는 성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서씨의 ‘꽃섬’에는 8년째 지켜오고 있는 철칙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지원을 받지 않았고 후원회 조직도 없다. 기업이나 부자들의 생색내기용 성금도 사양한다.

오직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아는 분들의 성금을 고맙게 받고 있다. 십시일반이 큰 돈이 되어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다. 「민들레국수집」에는 매주 월요일 점심 값을 1년간 모아 보내주는 우편집배원,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들고 오는 쌀, 고물상의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전국각지에서 제철마다 부쳐주는 농수축산물 등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 범일동에서 태어난 서씨는 1976년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 1985년 종신서원을 하고 가톨릭교리신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를 순회하면서 장기수 면담을 하는 등 25년간 수사(修士)생활을 했다.

2000년 11월 뜻한 바 있어 환속했다. 그는 “민들레국수집은 부업이고 본업은 수도원시절부터 하고 있는 교정사목”이라며 “출소 후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그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씨 부부와 딸은 국수집이 쉬는 날이면 한달에 두 번 전국의 교도소를 찾는다. 특히 청송교도소의 사형수와 무기수들과는 15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필자가 「민들레국수집」을 방문한 지난 1일 오후에도 서씨는 인근의 교도소에 가고 없었다. 돌아와서 하는 말이 그를 잘 설명해주었다. “강연 후 그곳에서 민들레국수집 식구를 만나 영치금을 넣어주고 왔습니다.”

이 사람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톨스토이가 자신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말하고 싶었던 ‘사랑’이 통하는 세상일 것이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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