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인생이라는 골프 코스의 페어웨이를 걸어갈 땐 잠시 멈춰 서서 장미꽃 향기라도 맡아보시게. 어차피 인생은 한번밖에 플레이할 수 없는 라운드이니까.      -벤 호건

골프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비즈니스와 직·간접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상의 필요성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고 거래나 계약 성사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

미국에선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타진하기 위한 기회로 골프 라운드가 권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친선라운드가 아닌 경우 미리 부탁하거나 거래 성사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라운드가 이뤄지는 접대성격이 강한 편이다. 동종업종 또는 이업종 간의 네트워크 확보 차원에서의 친선 모임도 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업과 관련된 라운드가 많은 게 현실이다.  

최근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사나 행동거지 혹은 비즈니스 마인드나 윤리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 라운드기회를 갖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관련 라운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는 간단해보이면서 복잡 미묘하다. 갑이냐 을이냐, 핸디캡이 낮으냐 높으냐에 따라 스탠스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갑의 입장이라면 핸디캡이 낮든 높든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라운드 할 수 있어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월등한 기량을 갖고 있더라도 자기 실력대로, 핸디캡을 받고 플레이하면 된다. 기량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을 바에야 당당히 깨끗하게 지는 것이 상대방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룰을 철저하게 지키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정된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인다면 을의 입장인 상대방에게 거래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을의 입장이다. 을의 입장이면 골프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적당히 져주는 게 무난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건 오해다.
골프를 배운지 1~2년만 되면 상대가 제대로 치는지 일부러 져주는지는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일부러 날린 OB, 쉬운 라인의 짧은 퍼트 미스 등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속이 보인다. 순간의 굴욕을 느끼더라도 주머니가 두둑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일부러 져주어 적당히 돈을 따게 하는 동반자를 호감을 갖고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러 져주는 데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을의 입장에서 보면 갑은 길게 거래할 상대가 못된다. 무언가 편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뜻이니 당당한 거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대방 코를 납작하게 만들 필요까지야 없지만 자신의 실력대로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갑의 입장인 동반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요즘엔 골프 잘 치는 사람을 두고 “사업은 팽개치고 골프만 했느냐?”고 핀잔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업을 잘하는 사람이 골프도 잘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골프 룰에 대해서도 느슨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은 핸디캡은 높아도 원리원칙대로 플레이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멀리건이나 오케이의 남발은 금물이다. 적절할 때 아주 드물게 베푸는 멀리건이나 오케이는 고맙게 받아들여지지만 남발이 되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골프의 집중도가 떨어져 라운드 자체가 맥이 빠져 버린다.

상대방이 공정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보다 엄격하고 타이트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저 친구 골프 하는 것 보니 사업도 제대로 철저하게 하겠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아무리 비즈니스 라운드라 해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플레이는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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