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려는 우리 경제를 정책리스크가 위협한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정책리스크는 말 그대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생기는 위험이다. 정부 약속(정책)을 믿고 투자계획을 세웠는데 한 순간에 그 약속이 뒤집어지거나 없던 일이 되어버리면 기업이나 개인은 앉은 자리에서 고스란히 피해(리스크)를 보게 된다.

세종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할 때는 세종시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연기하거나 중단해야 하는 리스크를 입어야 했으며 이번에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에는 수정안에 따라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큰 리스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실, 건설사 책임만은 아니다
세종시 문제만이 아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새로 뽑힌 많은 단체장들이 기존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말이 재검토이지, 찬찬이 들여다보면 사업계획을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천에서는 지난 수년간 진행되어온 송도경제자유구역 투자전략과 개발사업이 수술대에 올라 전면적인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의정부에서는 이미 70%나 진행된 경전철 건설이 중단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온 한강운하사업에 대해 야당 시의원 당선자들이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직접 투자한 건설사와 기업은 물론이고 인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했던 개인투자자들도 당장 낭패를 면할 길이 없게 됐다.
의정부경전철 투자기업인 GS건설은 내년 8월로 예정된 공기가 사업재검토로 인해 중단될 경우 하루 3억원씩, 2개월이면 180억원 손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에 이미 수조원을 투자한 포스코건설 역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의 행보에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됐다.

건설업 구조조정을 야기한 건설업 부실도 정책리스크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실시와 올 2월 양도세 한시감면 혜택 종료 같은 정책 변경이 건설업체로 하여금 아파트물량을 쏟아내게 만들어 미분양사태를 불러일으켰으며 그 결과 부실건설업체가 양산되었다는 것이다. 부동산정책이 일관되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라는 주장이다.

정책수립에 여야 공동 노력 필요
정책리스크의 피해는 경제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책리스크가 커질수록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떨어져 정부가 무얼해도 믿지 않게 되며 기업의 투자의욕 감퇴, 민간의 정부불신, 정치혐오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국가 성장동력 잠식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10년 후에 먹을 것을 찾아야 한다는 국가적 아젠다가 10년이 지나도록 되풀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잦은 정책변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1~2년, 아니 몇 개월 뒤도 예측이 불가능한데 무려 1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를 어떻게 결정한다는 말인가?

시장경제에서 경영 실패는 투자를 결정한 기업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선거결과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지적되고 있는 정책리스크는 합리적, 경제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인한 것이며 나아가 인기에 영합코자 하는 포퓰리즘의 소산인 측면이 더 크다. 흔히 하는 말대로 국가 백년지계를 위한 정책변경이 아니라 한풀이 혹은 들뜬 기분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된다.

여야 할 것 없이 지속가능한 정책수립에 앞장서고 땅에 떨어진 국민신뢰를 되살리는데 진력을 다 해줄 것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