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장기화로 광고 등 건설 주변 시장도 직격탄
공멸 막으려면 DTI 등 규제조치 서서히 조정해야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의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도 점점 잿빛이 짙어지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택시장이 폭락이나 투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에 안간힘을 쓰지만 대세는 가파른 하향곡선을 걷고 있다.

시장이 나락으로 빠져 들면서 직격탄을 맞은 건설사의 파산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이제 그 여파가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레미콘, 철근, 시멘트 같은 건자재 업체를 비롯해 부동산 광고ㆍ홍보 대행사, 일선 중개업소, 심지어는 식당 같은 주변 업체들까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주 사석에서 만난 한 주택 광고대행사 대표는 “솔직히 MB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시장에 활황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고사하기 직전”이라며 “부동산 관련 사업만으로는 도저히 회사 운영이 불가능해 다른 사업 영역을 병행해 나가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부동산 광고 대행사 10개 중 7, 8개는 문을 닫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일단 회사가 살아남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귀띔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금융권은 주택 사업에 대한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지난 주 만난 주택 시행업체의 대표는 법정관리 업체로부터 인수한 지방의 아파트 분양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 거의 성사 단계에 있었으나 최근 정부와 금융관리 당국으로부터 PF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막판에 결렬됐다고 호소했다. 주택 시장이 살얼음판으로 변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금융권의 위기관리가 더욱 철저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권은 이달 25일부터 향후 주택사업을 하려는 시행사는 의무적으로 사업비의 7% 이상의 자기 자본을 투입하도록 규정할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영세한 민간 주택 사업 시행자들이 자기자본 없이 대부분의 자금을 제 2금융권에서 브릿지론을 얻어 초기 부지 매입에 썼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앞으로 민간 주택 PF 사업은 전멸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간 건설사의 책임준공 확약만 있으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주던 금융권이 앞으로는 건설사에게 사업 연대보증까지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도 PF를 꺼리는 건설사에게 연대보증까지 요구할 경우 과연 어느 건설사가 주택사업에 나설지 의문이다.

사실 현재의 주택 경기 침체는 지난 10여 간 가파르게 상승한 주택가격이 정상화해 가는 성격이 짙지만 정부의 영향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시장 압박 장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다. 선진국에서는 더욱 심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주택을 살 때 10명 중 6명 이상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대출 규모는 대개 총 주택 매입가격의 절반 정도를 빌린다. 그런 점에서 DTI 규제는 국내 주택시장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및 부동산 하락의 영향도 크지만 국내에서 주택 거래 실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DTI 규제다. 물론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 주택 담보대출을 규제했던 덕도 있지만 시장이 정상화 해가는 이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숨통을 터줄 유연성도 필요하다.

정부가 150만 가구를 쏟아 붙겠다고 공언한 보금자리 주택도 한 몫을 했다. 보금자리 주택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한 지역에 짓는 주택이라 아파트 분양가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땅값이 매우 낮다. 여기에 입지도 좋을 수밖에 없어 민간 주택 사업지와는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민간 아파트 분양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정부가 국민의 거주를 전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마당에 민간 주택사업의 싹을 완전히 잘라내선 안 된다. 국가가 서민을 위해 ‘저가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지만 일각에선 고가의 고급 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택시장이 공멸하는 상황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분양가 상한제 같이 시장 경제에서 무리한 규제도 이제 서서히 풀어도 된다. 경기가 선순환해야 하듯, 부동산 시장도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송영웅 한국일보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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