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골프는 정동의 움직임이다. 백스윙은 마치 나비처럼, 임팩트는 무서운 맹수처럼, 몸은 움직이되 마음은 잔잔하고 호수 같아야 한다.

물이 가득 담긴 유리잔을 들고 골프장의 18홀을 걸어서 돈다고 상상해보자. 물을 흘리지 않고 18홀을 도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움직일 때마다 물이 출렁거리고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발을 잘못 디디면 아예 물을 엎질러버리고 유리잔마저 깨뜨리기 쉽다.
실제로 골프란 물이 가득 담긴 유리잔을 들고 초원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리잔 대신 내 몸이 물 잔이 되는 것이 다를 뿐. 내 몸이 물이 가득 담긴 유리그릇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18홀을 허투루 돌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호흡안정이다. 호흡이 거칠어지면 행동거지가 신중하지 못하고 서둘게 되어 실수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골프장에 늦게 도착해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 숨 돌릴 겨를 없이 바로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선 사람이 제대로 티샷을 날릴 수 있겠는가. 일찍 골프장에 도착해 놓고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스윙으로 바이오리듬을 워밍업 시키는 일은 제쳐두고 클럽하우스에서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한담을 나누다 티오프 시간이 다 되어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배를 내밀고 티잉 그라운드에 나타나는 사람 역시 제대로 된 티샷을 기대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거친 호흡은 바이오리듬을 흩으러 놓아 평소의 스윙을 재현해내지 못한다. 서너 홀이 지나야 겨우 호흡이 진정되는데 이때는 이미 스코어가 엉망이 되어버려 호흡이 진정되어도 망친 스코어를 만회하려는 또 다른 욕심으로 머릿속이 뒤집혀 역시 제대로 된 샷이 나오지 않는다. 그날의 골프는 어김없이 악순환을 되풀이하다 끝나고 만다.
“티오프 1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하라.”는 골프선배들의 당부는 바로 호흡안정을 통한 자기 리듬을 유지하라는 뜻의 다른 표현임을 깨달아야 한다.
라운드 중에도 호흡이 거칠어지는 일은 삼가야 하다. 볼이 러프지역으로 날아가면 동반자들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뛰어가 볼을 찾고 서둘러 샷을 날리는 경우가 많은데 노련한 고수가 아니라면 역시 거친 호흡 때문에 정상적인 샷을 날릴 수 없다. 앞 홀이 비었다고 캐디가 플레이를 재촉할 때도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의 동작은 금물이다.
신체적인 호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호흡이다. 마음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신체적인 호흡도 거칠어질 뿐만 아니라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골프에 몰입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결코 마음의 호흡이 안정될 수 없다.
OB를 냈거나 파온을 하고도 3퍼트를 하고 나면 분노와 불쾌함으로 가슴이 뛰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자연히 호흡과 맥박도 빨라진다. 몸과 마음 모두 태풍 부는 날 수면처럼 출렁거리니 좋은 샷이 나올 리가 없다.
너무 잘 나갈 때도 호흡이 거칠어질 위험이 높다. 귀중한 버디를 하고 난 뒤, 또는 벙커에서 멋지게 탈출해 기분 좋은 파 세이브에 성공했을 때,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대로 좋은 기세를 살려나가자며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 조용하던 마음에 풍랑이 일어난다.
나의 한 샷 한 샷뿐만 아니라 동반자들의 한 샷 한 샷 역시 내 마음을 흔들어 호흡을 거칠게 만든다. 남의 좋은 샷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않고 더 좋은 샷을 날리겠다고 다짐하거나, 남의 실수를 안타까워하며 위로하기는 커녕 고소한 마음을 갖는 행동 또한 내 마음 속에 풍랑을 일으킨다.
나의 샷이든 남의 샷이든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내 마음은 잔잔해지고 호흡 역시 어린이의 숨소리처럼 부드러워진다. 내가 만든 모든 샷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나친 집착과 욕심을 떨쳐낼 때 마음의 호흡은 깊은 잠에 빠진 어린 아이의 숨소리처럼 잔잔해질 수 있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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