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 맞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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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안 맞는 부동산 정책
  • 정두환
  • 승인 2010.07.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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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서 보낸 “오후 브리핑” 문자메시지 국토부는 몰라

대책 연기하며 “좀 더 실태조사” 변명… 그동안 뭘했나

‘FRB’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는 약어다. 바로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다.

지난 1987년부터 FRB 의장을 지냈던 앨런 그린스펀을 세계는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렀다. 경제 상황에 대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가가 출렁거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 FRB의장인 밴 버냉키 역시 그 위상은 다르지 않다. 지난 21일 “경제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미국, 유럽 등 주요 증시 주가는 크게 떨어지며 쇼크를 경험했다.

FRB의장만큼은 아니겠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금통위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재계는 물론 일반 개인까지 귀를 곤두세우는 것 역시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기준금리 조정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에 이처럼 주목하는 이유는 금리 결정이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그 이면에 담고 있는 ‘시그널(Signal)’ 때문이다. 금리 조정은 결국 향후 정부 정책 방향성의 제시다.

밴 버냉키의 비관적 경제전망을 내놓은 지난 21일, 국내에서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아침 국토해양부 출입기자들은 당초 예정대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22일 비상경제대책회의 직후 발표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이날 정오쯤 기획재정부 대변인실에서는 “주택거래활성화와 관련된 관계장관 회의가 (21일) 오후2시 열리며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회의 직후 브리핑을 한다”는 문자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더욱이 문자를 보낸 후에도 국토부에서는 대변인은 물론 브리핑 당사자인 장관조차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해 부랴부랴 재정부에 확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단순히 보면 회의를 앞두고 부처 실무자간 의사 전달 과정에서 생긴 실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이 해프닝이 최근 몇 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이 담고 있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에 국토부는 없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온 지 오래다. 세제, 금리 등 중요한 정책 툴을 기획재정부 등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부동산정책의 중심에 서야 할 국토부가 이처럼 정책 결정과정에서 이니셔티브를 잃어버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1일 정부 부처간 브리핑을 둘러싼 해프닝이 국민에게 던져준 1차 시그널은 ‘소통 부재에 따른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이었다.

이날의 촌극이 던져준 더 큰 시그널은 결국 회의 이후 브리핑 내용에 담겨 있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관계장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DTI나 세제 등을 포함해 각종 대책을 광범위하게 논의했으나 효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따라서 좀 더 시간을 두고 현장에서의 의견 수렴과 실태조사를 거쳐서, 또 필요하면 관계장관회의를 통해서 결론을 내리고 발표키로 했다”고 말했다. 브리핑은 그게 끝이었다.

이 짧은 브리핑에서 몇 가지 시그널을 찾아내보자. 우선은 시장이 기대한 대책은 당분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22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고 최선의 대책을 내놓겠다던 지난 19일의 발표는 없던 것이 돼 버린 셈이다.

또 다른 시그널은 현 부동산 시장상황에 대해 정부는 대책 발표 전날까지도 제대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아우성이 시작된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다. 언론도 끊임없이 부동산 경착륙의 위험성을 제기해왔다.

그런데 대책 발표 하루를 앞두고 난데 없이 의견을 수렴하고 실태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정부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은 과연 무엇을 ‘주시’했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결국 지난 21일의 브리핑이 던져준 시그널들을 바탕으로 시장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정부에는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정도가 될까. /정두환 서울경제신문 부동산부 차장
 

[정두환]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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