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하는 동네음악회가 풀 뿌리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은 2000년 4월부터 10년 동안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저녁에 ‘우리동네음악회’를 개최해왔고, 해마다 여름이면 ‘8월의 북한강 주말음악축제’를 열고 있다. 인구 6천8백여 명에 불과한 작은 면에서 순수민간단체가 10년 이상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는 경우는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8월의 북한강 주말음악축제’객석모습. (사진  ‘서종사람들’제공)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자연경관이 수려한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화가, 문인, 기업가, 직장인 등이 주축이 되어 2000년 1월 결성됐다.

현재 ‘서종사람들’회원은 180여 명이며, 한 달에 후원회비 1만 원 이상을 내면 누구라도 회원이 된다. 서종면의 우리동네음악회는 클래식, 국악, 가곡, 합창, 현악, 관악 등 다양한 장르별로 국내외 유명 음악인을 초청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동네음악회 100회 기념 ‘8월의 북한강 주말음악축제’에는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초청했다.

지난 7월 3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실내악단인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이 107회 공연을 했다. 지금까지 국내 연주자들뿐 아니라 ‘아이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주역 가수들, 러시아 국립 남성합창단,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 등이 다녀갔다.

지난해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승용차로 서울 강남에서 서종면까지 20여분 밖에 안 걸려 연주자 섭외 등 음악회 기획과 운영이 원활해졌다. 최근에는 서종면 우리동네음악회가 경기도 대표로 전국관광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8월 21일 오후 7시에는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창립 10주년 기념 제9회 ‘8월의 북한강 주말음악축제’가 서종문화체육공원 잔디밭에서 펼쳐졌다. 금관악기연주로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체코의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과 국내 퓨전국악그룹인 ‘아나야’가 무대에 섰다.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은 1979년 두섹 베트람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뷔한 동유럽 최고의 5인조 금관앙상블. 2005년 결성된 아나야는 독립영화 ‘워낭소리’음악을 맡았던 그룹으로 민요, 판소리, 굿소리 등 전통음악의 노래를 편곡,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1부에서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은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 바흐의 ‘예수는 만인의 기쁨’ 만치니의 ‘핑크 팬더’ 등 클래식과 재즈의 선율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트럼본 연주자이자 스위스의 대표적인 악기인 알프스 혼의 정상급 연주자인 아르민 로진도 솔로 연주자로 협연했다.

2부에서는 아나야가 찔레꽃, 정선아리랑, 몽금포타령 등을 구성지게 연주해 흥을 돋웠다. 한국예술비평가협회(회장 탁계석)는 이날 수준 높은 음악공연예술을 지역민들에게 제공해온 점을 높이 평가,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에게 ‘지역문화 가꿈 대상’을 수여했다.

‘서종사람들’은 양평군과 경기문화재단에서 약간의 지원금을 받고 회원들의 후원회비, 관람료(어른 1000원, 학생 500원) 등으로 소요경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란다. 관람료를 받는 이유는 동네문화행사는 무료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민정기 회장(서양화가)은 “우리동네음악회가 이제는 음악계와 음악매니아들에게도 비중있는 행사로 인식됐다.”며 “10년 동안 월1회 공연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후원회원은 물론 동네 분들의 열정과 정성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최원춘 사무국장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앞으로 후원회가 활성화하면 좀더 알찬 기획으로 200회를 향해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강변에서 펼쳐진 한여름 밤의 음악잔치는 이제 동네음악회 차원을 넘어 품격있고 아름다운 문화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설희관 <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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