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상태바
실패가 나를 강하게 만든다
  • 방민준
  • 승인 2010.08.23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격언 - ■장타를 치고 러프에서 9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리는 편이 단타를 치고 페어웨이에서 4번 아이언을 쓰는 편보다 훨씬 쉽다.   - 잭 니클로스

골프를 배운지 1~2년 쯤 되었을 때 대부분이 벙커에만 들어가면 맥을 못 춘다. 드라이버를 잘 때려놓고 파 온을 눈앞에 두고도 벙커에다 공을 집어넣는 바람에 파나 버디의 희망을 접는 것은 물론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프로나 싱글들은 웬만하면 한번 만에 벙커를 빠져나와 쉽게 파 세이브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기로는 막는데 벙커 공포에 빠진 골퍼들은 벙커에만 들어가면 두세 타는 까먹어버리고 만다.

필자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벙커 공포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근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 집으로 가지 않고 아예 한강변 미사리의 모래 채취장으로 향했다.

지금은 개발이 되어 그럴 만한 곳이 없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여기저기 모래더미가 쌓여 있어 근처에 차를 대놓고 샌드웨지와 볼을 들고 모래더미로 가서 샌드 샷 연습을 했다.

한밤이라 주위가 어두웠지만 멀리 강변도로의 불빛이 도움이 되었다. 골프장에 샌드 벙커처럼 고운 모래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샌드웨지는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모래에 박힌 볼을 쳐내는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하고 나서 골프장에 나갔더니 ‘벙커만 나타나봐라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과 오기가 생겼다.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그 다음엔 벙커샷의 세기를 연마하기 위해 여름휴가 때 일부러 한적한 동해안의 백사장을 찾았다. 백사장 길이가 1km 남짓했는데 볼 열 개를 갖고 다양한 거리의 샌드 샷을 하며 백사장을 왕복했다. 한 반나절을 하고 나자 샌드 샷 공포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후부터 볼이 벙커에 들어가도 파 세이브 하면 되지 하고 별로 걱정되지 않게 되었다. 지독한 벙커샷 실패가 오히려 벙커의 공포로부터 탈출케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드라이브 샷 OB로 고생을 해봐야 OB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처음부터 드라이브가 잘 맞고 OB도 별로 나지 않았다면 드라이브 샷을 연습할 필요성이 덜할 것이고 자연히 드라이브 샷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나 일가견을 세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숫한 드라이브 샷을 실패한 뒤의 부단한 연습은 드라이브 샷을 마스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린아이가 무르팍을 깨며 넘어지고 나서 빨리 걷는 법을 배우듯이, 수많은 종류의 미스 샷을 한 뒤에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인생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공하는 법을 배우듯이.

자연계의 가장 유능한 사냥조직으로 평가받는 늑대도 사냥 실패율이 대략 90%에 달한다. 열 번 사냥을 시도해서 겨우 한 번 성공하는 셈이다. 늘 굶주려 있는 늑대에게 사냥은 생존이 걸린 문제지만 배고픔 때문에 미친 듯이 살상을 하고 자포자기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사냥기술을 계속 연마해 나가며, 일시적인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활용함으로써 마침내 성공을 얻어낸다. 백수의 왕 사자도 사슴을 사냥하려면 잠복과 인내, 관찰과 결단의 치밀한 과정을 거치지만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 이들에게 실패한 사냥은 단지 기술을 재정비하고 전의를 가다듬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골퍼들의 수많은 미스 샷은 더 강한 골퍼로 가는 과정이다. 

지인 중에 식품 가공기계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그는 적은 자본으로 출발해 대기업과 경쟁하느라 무진 고생을 했다.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겠다며 기술개발에 몰두, 사무실 벽이 특허관련 인증으로 도배가 되어있을 정도다.

쇳가루 파동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할 때 이분의 기업은 무사할 수 있었다. 실패를 계속하면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승부욕으로 위기를 벗어나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지금도 그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직접 손에 기름을 묻히며 씨름하고 있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방민준] 111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