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대개의 골퍼들은 골프를 플레이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코스를 플레이하는 것을 잊고 있다.     - 토미 아머

구력 30년이 넘는 골퍼가 있었다. 한참 물이 올랐을 때는 이븐 파도 자주 치고 언더 파 기록도 남겼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여름휴가 때 일부러 그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찾아가 사정사정해서 라운드를 할 정도의 골프열정도 갖고 있었다.

그런 그가 괜히 골프를 시작했다는 후회에 휩싸였다. 30년을 넘게 온 정성을 쏟아왔는데도 아직 한 번도 만족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기억이 없다. 60고개를 넘은 지 오래라 한창 때의 스코어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골프에 대한 실망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매일 연습장을 찾지만 ‘바로 이런 감이야!’하는 느낌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이 머리가 지독히도 나쁜 게 아닌가 여겨지기까지 한다.

라운드 중에 발견한 잘못을 반드시 고쳐야지 하고 연습장을 찾지만 연습장에 오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반대로 연습장에서 볼이 잘 맞아서 ‘그래 바로 이런 느낌으로 쳐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필드에 나가면 아무 생각 없이 성급하고 조잡한 샷을 날리고 마는 자신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니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는가. 매일 습관적으로 연습장을 찾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래도 골프에서 손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가던 참이었다. 

이런 그가 어느 날 연습장에서 알고 지내는 한 골퍼를 만나 자신의 푸념을 털어놨다. 눈인사를 하며 골프에 대한 얘기를 허물없이 나누던 사이라 자신의 고뇌를 이해해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골프를 끊어야겠어요. 30년이나 골프를 쳤지만 얻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내 머리가 나쁜 것 같기도 하고. 매일 아침 이렇게 땀을 흘리며 정성을 쏟지만 나아질 가망인 도통 보이지 않아요.”

이 푸념을 들은 그 친구 왈 “어떤 프로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라운드’를 돌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만 하면 되었다고 만족하는 골퍼는 더욱 없고요. 골프는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운동이고 그래서 골프채를 잡으면 놓지 못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골프에 대한 불만이 삭지 않아 “그렇다고 30년 동안 쳤는데 얻은 게 뭐 있습니까?”하고 되물었다. 사실은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했다.

그 사내는 조용하게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차근히 생각해보면 골프로 인해 엄청난 혜택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연세에 매일 아침 운동할 수 있는 체력과 단단한 근육을 갖고 잔병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요즘도 가끔 70대를 치신다면서요? 그 연세에 현상유지를 하면 최선이고 퇴보를 더디게 할 수 있다면 성공적이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그는 머리가 멎는 듯했다. 내 나이 70을 바라보고, 주변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도 적지 않다. 살아 있어도 이런저런 육체적 결함으로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친구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친구들이 만나면 “너 차돌 같다.”고 한다.

사실이지 나이에 걸맞지 않게 허벅지와 팔뚝이 근육으로 다져져 있고 허리 아픈 것도 모른다. 하루에 두 라운드를 돌아도 피곤함을 모를 정도다. 이 모든 것이 골프 탓이라니. 맞다!

“항상 더 나은 스코어를 추구하되 너무 스코어에 집착하지 않고 즐길 줄 알면 이 세상에서 골프보다 더 축복 받은 운동이 어디 있겠습니까?”

골프채를 챙기면서 던지고 간 그 친구의 말에 그는 그 동안 골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곱씹어보았다. 골프장에 나가면 무조건 이겨야 하고, 스코어가 나쁘면 스트레스에 쌓이고 모든 것을 적으로 돌려 싸워 이기려고만 한 자신이 눈에 선했다.

“그래 내가 골프를 잘못 안 것이다. 30 년 만에 깨닫다니, 그것도 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남의 한 마디로 깨닫다니, 나는 얼마나 바보인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자칫 하다간 이 좋은 골프를 그만 둘 뻔했잖아.”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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