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구내에서는 라틴 팝과 남미의 민속음악이 2시간 동안 경쾌하게 울려 퍼져 퇴근길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페루 출신의 남성3인조 ‘잉카엠파이어’의 열정적인 연주였다. 이들은 서울시가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한 지하철예술단 ‘레일아트 RailArt’소속이다.

      서울지하철 1~7호선 12개역에 무대 
     ‘레일아트’ 예술가 120 명 무료 공연
      라이브ㆍ악기연주 등 레퍼토리 다양
      남미출신 인디오 5인조 아파치 인기 

서울지하철 1~4호선의 8개역(사당·선릉·뚝섬·을지로입구·서울대입구·종합운동장·수서·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마련된 무대에서 메트로아티스트들이 요일별로 시간을 정해 라이브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5~8호선에는 5호선 광화문역,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7호선 이수역과 노원역 등 4개역의 상설공연장에서 포크송·기악연주·청소년 문화공연·댄스공연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도 공연이 있다. 월 평균 40여 개 역사(驛舍)에서 250여 회의 공연이 펼쳐진다.

◇에콰도르 출신의 「올란도」가 안데스지방의 전통악기로 남미민속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메트로아티스트 중에는 영화 ‘장군의 아들’에 출연한 가수 겸 무술배우 ‘공소야’, 2005년 KBS 인간극장에 소개된 ‘라파엘’과 ‘소리여울’ 등이 있다.

페루사람인 ‘라파엘’은 안데스음악과 라틴음악을 들려준다. ‘소리여울’은 순수 아마추어 색소폰동호회로 초등학생부터 7순노인까지 15명의 회원이 팝과 재즈곡을 연주한다. 에콰도르 출신의 ‘올란도’는 안데스지방의 전통악기인 쌈뽀냐, 께나를 번갈아 들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선율을 선사,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남미출신의 인디오 5명으로 구성된 ‘아파치’는 화려한 인디언 전통복장을 입고 독특한 창법과 허밍으로 이국적인 흥취를 돋운다.

‘레일아트’의 공연은 장르와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수준급이어서 바쁜 일상에 쫓기는 시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박용신씨(63ㆍ화가)는 “사당역에서 집이 가까워 자주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며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일정을 보고 다른 역으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연일정은 1~4호선은 서울메트로아티스트 공식홈페이지에서, 5~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레일아트’는 지하철 역사(歷史)가 오래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의 지하철 공연과 거리공연을 벤치마킹해서 2000년부터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무대를 꾸미기 시작했다. 파리나 런던 지하철은 매년 실력있는 예술가를 공개모집해서 지하철 내 일정구역에서 공연토록 하는 ‘거리 예술가 제도’를 운영중이다. 파리의 경우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다.

‘레일아트’는 2009년부터는 서울시민과 지하철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메트로아티스트’라는 인증제를 도입했다. 아티스트들은 1년 단위로 진행되는 공개오디션과 검증절차를 거쳐 인증받은 다양한 공연예술가들이다.

이들은 공연에 대한 보수나 지원금 없이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데 현재 120명이 지하철 역사뿐 아니라 기업이 초청하는 축제 및 공연행사에 참여하고 관공서와 지자체가 요청하는 상설문화공연과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지하철 예술무대는 2000년 1월 지하철공연문화협의회가 발족되면서 공론화했다. 2001년 7월 철도ㆍ지하철문화예술협회가 창립됐으며 이듬해 12월 서울시가 사단법인 철도ㆍ지하철예술진흥연구원을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하면서 지하철역사와 공공장소에서의 문화적 네트워크인 ‘레일아트’가 탄생했다.

레일아트 아티스트들은 인천국제공항 10주년 기념공연(2005년 8월)을 주관했으며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2007년 10월), 밀양아리랑 대축제(2008년 5월), 속초 설악문화제(2009년 10월) 등에 초청받아 공연했다. 파리와 런던의 메트로문화를 부러워할 것 없다. 우리의 서울지하철에도 아름다운 예술과 멋진 문화가 흐른다.   /설희관 <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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