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서툰 골퍼는 해저드에서 어떻게 하든 1타로 만회하려고 샷을 하고 능숙한 골퍼는 우선 해저드에서 빠져 나올 샷을 한다.  - 잭 버그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난 후다. 연속 OB나 트리플 또는 더블 파, 혹은 4번의 퍼트 등 최악의 순간은 마치 악마의 손길처럼 골퍼의 정신과 육체를 휘감아 속절없이 자신을 내던져버리게 만든다.

이 악마의 손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다음 홀, 남은 나머지 홀을 모두 돌아야 한다는 것은 고문이다. 이런 상황과 맞닥뜨려본 사람들은 당장 골프채를 내던지고 호수에 몸을 던지고 싶거나 골프장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빠졌던 순간을 생생히 떠올릴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난 뒤에 벌어진 참담한 상황이 골퍼를 더욱 화나게 만들고 절망에 빠뜨리게 한다.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난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동작은 필경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골퍼를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난조의 늪으로 유인한다.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수록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과 같다. 한 샷 한 샷이 악몽의 연속이다. 끊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골퍼를 미치게 만든다.

그날의 골프를 망치지 않으려면 이 악몽에서 빨리 벗어나는 도리밖에 없다. 빨리 잊어야 한다. 그리고 잔잔한 호수와 같은 평상심을 되찾는 길밖에 묘수가 없다.

문제는 몸서리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고 잊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최악의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식으로 최악의 한순간 한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좀처럼 겪을 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일부러 무전여행을 떠나거나 막노동을 할 때 배고픔이나 힘든 상황과 부딪혀도 굳이 피하지 않고 절망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순간의 굶주림이나 땀, 모멸감 등은 극복의 쾌감을 제공해주는 귀중한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즉 고통의 불행을 맛보기 위해 고생을 자초한 것이기에 자신을 고통이나 불행의 나락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 부족한 것 투성이의 배낭여행이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부족함 속에서 부딪히는 매순간들의 긴장감과 온갖 노력 끝에 위기를 극복했을 때의 쾌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흥분, 때로는 나락에 떨어져 뒹구는 자신에 대한 방관자적 관조가 있기 때문이다.

가혹한 군 특수훈련을 이겨낸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내 몸이 얼마나 견디나 실험해보자’ ‘내가 이기나 조교가 이기나 붙어보자’는 등의 자기최면을 걸어 고통을 새로운 형태의 쾌감으로 전환시키는 나름대로의 비법을 사용했음을 알게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맞았을 때 최악의 상황을 맛본다고 생각해보자. 골프의 특수훈련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될지언정 악몽으로 골프를 망치게 하는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즐기려면 투혼이 있어야 한다. 게임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는 것이 뻔하게 예견되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퇴전의 투혼이 골프를 열정적으로 만들고 패배에도 어깨를 펴고 당당할 수 있게 해준다.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형제가 따로 음식점을 열었다. 감자탕식당을 연 동생은 몇 달이 지나도 수익이 신통치 않자 설렁탕집, 분식점, 두부전문점 등으로 종목을 바꾸었다. 결국 동생은 2년이 못되어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다 날리고 빚만 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해장국 집을 연 형 역시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업종을 바꿀 엄두를 못 내고 대신 어떻게 하면 맛있는 해장국을 만들 것인가에 몰두했다. 한 눈 팔지 않고 매달린 결과 맛 소문이 퍼져 단골손님이 늘어나면서 2년 후 가게를 더 넓힐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기업도 기업주와 종업원의 자세에 따라 위기를 당한 뒤 더 강해질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골프에서나 기업 경영에서나 쉽게 포기하면 패배와 좌절이 습관이 되어버린다. /방민준 골프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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