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현장에선 먼 나라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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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현장에선 먼 나라의 일
  • 송영웅
  • 승인 2010.09.20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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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 목청 높여도 중견기업들은 여전히 대금 횡포

감시 사각지대 악용… 소규모 업체는 매일 살얼음판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사회’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다. 처음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던졌을 때만해도 ‘너무도 당연한, 교과서 같은 구호’정도로 느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교롭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채 의혹으로 자진 사임하는 사태가 바로 터지고, 이 여파로 정부의 5급 공무원(행정고시) 특채 제도 개편이 없던 일로 되면서 공정사회와 상생은 피부로 와 닫는 사회의 지향점이 되었다.

사실 공정사회는 국가나 사회라는 공동체에서는 굳이 꺼내서 강조할 필요가 없는 기본 원칙이다. 우리 사회가 갑자기 이런 공정사회 건설을 강조하고, 그것에 적지 않은 사람이 공감을 표시한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나마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사회를 조금은 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하지만 상생은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언뜻 보면 공정사회와 상생은 인간으로 동등하게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공통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공정사회 확립은 법이나 제도 집행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우리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생은 누군가의 양보나 희생을 수반할 수 있는 논제다. 상생(相生)이라는 뜻의 궁극적인 의미는 ‘서로 함께 사는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양보를 하거나 자기 것을 내줘야 한다. 서로 재화를 소유하려고 무한경쟁을 벌이는 자본주의 속성 때문이다. 공정사회처럼 개인의 재산을 법이나 제도로 강제 배분할 순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한 고교동창을 만났는데 이 친구가 당한 경험담을 듣고 ‘아직도 우리사회의 상생이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올해 6월 중견 기업으로부터 한 프로젝트 대행을 맡아 수행했다.

용역은 무리 없이 잘 마무리 됐는데 문제는 대금 수금이었다. 이 중견 기업은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렵다며 90일짜리 어음을 받든지, 아니면 현금으로 조금씩 나눠서 받아 가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현금을 받고 싶었던 이 친구는 “현금이 언제쯤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한달 반 가량을 기다렸지만 대금을 주지 않아 이 친구는 어쩔 수 없이 세 달짜리 어음을 받아 이를 사채시장에서 할인해 현금화했다. 소위 ‘와리깡’을 한 것인데 할인율이 높아 이 친구는 자신의 인건비도 못 건질 정도로 손해를 봤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업체에 지불이 늦어졌고 그 중 한 명이 도끼를 들고 사무실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업자는 “당장 돈을 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휘둘러 간신히 말려 돌려 보냈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정부가 대기업에게 중소 영세기업에 대한 상생을 외쳐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처럼 ‘강자 중심’의 행태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감시 감독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대기업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체크가 어려운 중견 기업의 횡포는 여전히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기업 총재들이 적극 이에 협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대기업과 영세업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간 업체들에게 상생은 아직도 머나먼 나라의 일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가 G20 국가 중 수출ㆍ수입 비중이 가장 높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제조업이 여전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증거다. 다시 말해 고용의 상당 부분을 중소, 영세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상생이 제대로 되려면 맨 위쪽(대기업)뿐만 아니라 허리를 담당하는 중간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선 허리를 담당하는 기업이 선순환 구조로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배려도 함께 있어야 한다. /송영웅 한국일보 정책사회부 차장
 

[송영웅]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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