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골프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테스트는 러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러프에 빠진 후에 나오는 것이다.

골프볼을 어떻게 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골퍼의 운명이 갈린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골프에서 볼을 인식하고 대하는 태도는 절대적이다.
골프볼을 분명 골프클럽과 함께 골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다. 테니스를 하고 축구를 하고 야구를 하듯 골프 볼은 클럽으로 날려 보내야 하는 스포츠용품이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인식으로는 골프를 사랑할 수도, 즐길 수도 없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골프를 지독히 사랑하면서도 골프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 것은 골프볼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연습장에 널려 있는 볼을 대하듯 아무 생각 없이 쳐날려 버려야 하는 물체로 인식하는 한 결코 골프를 사랑할 수도, 즐길 수도 없다.

골프볼은 기계적으로 쳐날려 보내야 하는 단순한 물체가 아니다. 골퍼에게 골프 볼은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벗이요 연인이다.  골프볼을 귀한 벗이요 사랑하는 연인으로 생각한다면 골프볼을 보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벗이나 연인을 만나고 작별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반가움이 넘쳐 서로의 얼굴을 환희로 마주하고 손을 잡고 가슴을 껴안으며 만남의 기쁨을 표현할 것이다. 깊은 교감으로 회포를 풀고 사랑을 나눈 뒤 헤어질 때는 보내고 싶지 않은 아쉬움에 다시 한 번 얼굴을 맞대고 가슴을 안고 떨어지지 않는 악수로 벗이나 연인을 배웅하고는 떠나는 뒷모습을 고즈넉이 바라보게 된다.

볼을 앞에 두고 셋업 하는 어드레스 자세가 바로 볼과의 만남, 상봉의 순간이다. 볼을 정면에 두고 그 뒤에 클럽헤드를 목표방향과 직각이 되도록 놓고 두 눈과 가슴, 두 팔, 다리를 볼을 향하면서 목표방향과 평행하게 놓는 것이 바로 보고 싶었던 벗 또는 연인을 만나는 자세와 뭐가 다른가.

백스윙 다운스윙을 거쳐 볼과 클럽 헤드가 만나는 히팅 자세는 바로 벗이나 연인을 떠나보내는 순간의 동작과 다름없다. 항상 옆에 두고 싶은 벗이나 연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이별의 순간 눈과 가슴으로 마주한 뒤 무사히 돌아가라며 떠나보내듯 클럽헤드에 맞아 나가는 볼에게 눈과 가슴으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는 동작이 바로 히팅 자세다.

그렇게 벗이나 연인과 작별하고 제대로 길을 떠나는지 확인하는 자세가 비로소 피니시 동작이 된다.
골퍼들에게 최대의 난제인 헤드업은 바로 가슴과 눈으로 볼과 작별하는 과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볼이 클럽헤드와 만나는 순간, 즉 내가 볼과 작별을 하는 순간 두 눈과 가슴으로 마주하는 자세를 생략해버림으로써 만병의 근원이라 할 헤드업이 일어나는 것이다.

프로골퍼들도 헤드업을 방지하기 위해 골프클럽 어딘가에 ‘MB’라고 써두기도 한다는데  ‘MB’는 ‘머리 박어’의 약자라고 한다. 
볼을 가슴 깊이 간직한 벗이나 연인으로 생각하면 귀찮은 사람을 쫓아 보내듯 그렇게 허겁지겁 볼을 때릴 이유도 없어지고 볼을 가격하는 순간에도 볼이 떠나기도 전에 눈과 가슴을 거두는 일이 쉬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연히 눈과 가슴이 볼과 마주하는 순간을 거치기에 헤드업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而自遠方來 不亦樂乎)’ 골프 볼을 마주하고 스윙을 하는 골퍼의 자세가 바로 이런 심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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