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장충동 1가에 있는 경동교회(담임목사 박종화)는 통일 및 시민사회운동가로 많은 업적을 남긴 고 강원용 목사가 창립했다. 30년 전 대표적 건축가였던 고 김수근씨의 설계로 세워진 경동교회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로도 손꼽히고 있다. 교회의 연륜 65년을 상징하듯 담쟁이덩굴이 외벽을 온통 뒤덮고 있는 이 교회는 기독교계의 메가 처치(Mega-Church 대형교회)논쟁과는 상관없다는 듯 주일예배도 1,2부 뿐이다.

◇선한이웃클리닉 치과의 진료모습. 10년간 계속해온 자원봉사자가 30여 명 된다.      경동교회 ‘선한이웃클리닉’10주년
      매달 1,3주 이주노동자에 의료봉사
      교인의사, 약사, 간호사가 환자 돌봐
      몽골 등 39개국 4만4천여 명 혜택


경동교회는 매달 1, 3주 일요일 오후가 되면 그 진면목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오후 2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교회가 사랑과 봉사를 나누는 병원으로 변하는 것이다. 2000년 4월 23일 부활절을 기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봉사 및 구호활동을 목적으로 개설한 선한이웃클리닉(The Good Neighbor Clinic 선이클)이 올해로 10주년이 됐다.

지난 9월5일까지 중국 몽골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 파키스탄 베트남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등 39개국 44,766명의 이주민을 진료하고 투약했다.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 클리닉 요원 100여명(절반이 교인)이 하루에 200명 정도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돌본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0일 오후 경동교회는 일요일인데도 찬송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선교관 1층에는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온 이주민들에게 진료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본당 친교실내의 소예배실은 진료대기실로 바뀌어 많은 환자들이 제공된 간식을 먹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번호가 불려지면 교육관 2층 차트실로 가서 자신의 진료차트를 받는다. 처음 온 사람은 여기서 진료카드와 차트를 만든다. 교육관과 선교관 2층에는 내과, 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치과, 한방의학과 등 11개 진료실이 마련됐다. 선이클은 태아건강을 확인하는 초음파검사기, 흉부촬영 X-ray기, 치과치료기 등 고가의 장비도 구비했다. 진료를 마친 환자들은 선교관 2층 약배부실에서 약을 타고 진료차트와 대기번호표를 반납하고 돌아간다.

선이클 김 결소장(65ㆍ하늘빛신경외과원장ㆍ장로)은 “선이클을 통해 교우들간의 교제도 돈독해지고 있다.” 면서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WCC(세계교회협의회)총회에 교회봉사의 한 모델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이클은 다른 이주민 지원 클리닉과 달리 정부 또는 관련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진료대기실에서 만난 네팔인 선투스씨(28)는 1년 6개월 전 입국, 경기 파주에 있는 유리액세서리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무릎 관절이 아파 두 번 째 찾아왔다는 그는 “진료비, 약값은 물론 점심식사, 간식도 무료이고 모든 분이 친절해서 고마움을 느낀다”고 우리말로 말했다. 선교관에 가면 이ㆍ미용 서비스와 인권상담도 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자 가운데 부부, 형제자매, 부자, 모녀 등 가족끼리 동참하는 경우가 많고, 이 가운데 30여 명은 선이클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환자들을 섬기고 있다.

선이클 사람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이주민들을 그들의 가족처럼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는 것이다. 선이클 개원멤버인 부소장 최종학 교수(60ㆍ고려대 방사선과ㆍ장로)는 “선이클을  교회봉사의 모델로 벤치마킹 하는 교회와 공공기관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이제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이주민들에게는 의료보험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최근에는 중국동포들의 발길이 잦고 특히 국내 다문화가정 가족들의 내원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그들이 행복해 보였다.     /설희관 <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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