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도통의 경지에 올라야 상대의 내공깊이를 알 수 있는 법이다.

강호의 검객들은 상대가 칼을 뽑을 때 이미 맞장을 뜰만한지 빨리 꼬리 내리고 도망쳐야할지를 안단다. 바둑도 마찬가지. 상대가 3번째 돌을 놓았을 때,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있어야지 그러지 못하고선 지고 만다는 것.

툭~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 턱~ 하면 메주 떨어지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야 강호에서 자기 앞가림을 한다.

간혹 닭장(연습장)에서 눈인사 주고받던 사람들끼리 라운드를 나가게 되는 수가 있다. 그럴 때 당신도 그랬을 것이다. 친한 프로에게 “O사장, 잘 쳐요? 핸디캡이 얼마나 되죠?” 라고 넌지시 묻는다. 대비를 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그물에 공을 어떻게 때리는지 보고 짐작을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까지나 대강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골프라는 게 폼생폼사 일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윙폼과 실력은 다르다. 스윙폼은 화려한데 실력은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허접한 폼인데 아주 잘 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들은 폼만 보고 실력평가를 하지 않는다. 골프점수가 어디 드라이버 거리에서만 나오던가. 어프로치나 퍼팅실력은 연습장서 알아내기 힘들다. 그래서 ‘닭장프로’가 ‘필드프로’와 일치하지 않는다. 폼이 좋으면 실력도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짐 퓨릭’은 동네연습장 입문 1개월짜리 폼인 기묘한 8자스윙을 하지만 공만 잘 치지 않는가.  

하지만 연습장서 골프실력 곧 핸디캡을 아주 쉽게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 김 작가의 감별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틀림이 없다.

우선 골프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산다. 묻지도 않았는데, 엊그제 나간 골프장서 있었던 ‘엄청 어려운 트러블샷을 해냈다’는 무용담을 말한다. 타석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남들이 분명히 싫다고 해도 안달을 하며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100돌이이다.

자신의 잘못은 전혀 모르지만 남의 허점은 어떻게 알고 자주 집어내는 사람은 그래도 보기, 90타는 친다. 누가 물어 보면 프로 눈치 봐가며 가르쳐 주는 사람, 80타의 고수이다.

계속해서 물어봐도 “열심히 해보세요!”라고만 하는 사람은 이미 경지에 올라있는 70타이다. 연습장에 와도 누구랑 말도 잘 안 섞고 한구석 타석에서 살살 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반드시 밥이나 술을 사야 가르쳐 주는데, 프로이거나 아마추어 중 언더파를 때리는 사람이다.    

 김이 안 난다 해서 숭늉 잘못 마시다가 자칫 입천장을 데는 일이 있다. 사람은 결코 겉이 전부가 아니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